등록금 3년째 동결에 학생은 ‘십시일반 돕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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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울산에서도 시민단체·야당이 연일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며 시위·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울산지역 거점 대학인 울산대 총학생회는 잠잠하다. 몇 년 전까지도 해마다 등록금 인상 반대운동을 펴오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대학과 학생·교직원들이 3년 전부터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해 함께 노력해온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울산대는 2009년부터 올해 1학기까지 3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해왔다. 그 결과 2009년 전국 180여 개 4년제 사립대 가운데 등록금 많은 순위로 81위였던 것이 2010년 88위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는 96위로 더 떨어졌다. 대학 정보 공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연간 1인당 평균 등록금도 2009년 742만3000원에서 2011년 740만3000원으로 되레 2만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80여 개 사립대 평균 등록금이 2009년 692만원에서 올해 739만7000원으로 6.9%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울산대가 등록금 동결에도 불구하고 매년 약간의 금액 차가 발생한 것은 학과 신설 및 폐지에 따른 것일 뿐 기존 학과는 전혀 변동이 없었다고 한다.

 대학 측의 등록금 부담 경감 노력에 학생·교수들도 화답했다. 지난해 1학기부터 3개 학기째 십시일반 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학우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는 ‘학우사랑 등록금제’를 이어오고 있는 것. 이 제도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생이 등록금을 낼 때 자발적으로 5만~10만원씩 더 내고, 여기에 교수·직원들도 성의껏 보태서 형편 어려운 학생의 등록금을 전액 또는 반액씩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학교와 학생간 합의로 만든 제도다.

 올해 1학기의 경우 울산대 전체 학생 1만3694명의 15%인 2074명이 참여해 1억1795만원을 모았다. 여기에 교수·직원들도 3183만원을 보태 1억3988만5000원을 조성, 67명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줬다. 등록금지원 신청자를 대상으로 가정 방문 등의 조사를 거쳐, 13명에게는 294만3000원(인문대)부터 500만3000원(음악대)까지 등록금 전액을, 54명에게는 등록금의 절반을 내줬다.

 이 제도를 통해 지난해 1학기에는 2억7000만원이 모여 101명에게 등록금 부담을 덜어줬고, 2학기엔 1억2440만원이 모여 59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지난해부터 이 제도에 동참해온 김봉규(조선해양공학부 2년)씨는 “부모님께서 ‘학우의 경제적 부담을 함께 나누려는 자세 또한 배움의 연장’이라며 기꺼이 등록금에 10만원을 더 보태주셨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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