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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비원 동료 인육 먹고 양고기로 속여 팔다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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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 사법당국이 달러 뇌물, 남한 문화 유입 등 체제 위협 범죄를 막기 위한 내부 지침을 전국 인민보안부서(우리의 경찰서)에 하달한 것으로 19일 파악됐다. 탈북자 지원 및 대북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갈렙선교회가 입수한 ‘법투쟁부문 일군들을 위한 참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인민보안성(현 인민보안부)은 2009년 6월 791쪽의 비밀 문건을 작성해 배포했다.

 문건은 형법·민법·형사소송법 등 3개 법과 관련한 721건의 불법 사건 내용을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처벌 지침을 밝혔다. 문건에는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인육과 관련된 사건이 언급돼 있다. 문건은 “노동재해(산업재해)로 불구가 돼 공장 합숙소에서 생활하며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이만성은 동숙생인 한남호가 잠들었을 때 경비실의 도끼로 살해한 뒤 일부를 식용으로 먹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양고기로 속여 팔다 적발됐다”고 적고 있다. 문건은 또 약학대학 교원이 자기 집에 설비를 차려놓고 마약 생산 원료를 구입해 마약 500g을 제조·밀매하다 적발됐다고 밝혔다. 특수기관의 노동자가 8000달러를 주고 마약 1㎏을 구입한 뒤 북부 국경지대에 들어가 1만2000달러에 팔아 차익을 챙긴 사건도 적시했다. 북한 사법당국에서 마약 밀매를 적발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 컴퓨터 전문가나 화가들이 위조화폐를 제작·유통하거나 교직원이 뇌물을 받고 입학 비리를 저지른 사건, 남한에서 들여온 CD를 복사해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도 드러나 있다.

특히 이 문건에는 불법을 저지른 인물의 소속과 직책 등 신상이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다. 사건 전말도 자세히 묘사돼 있어 북한 사법당국에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이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 북한 전문가는 “이렇게 방대한 북한 내부자료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며 “북한 사회의 심각한 경제난에 따른 엽기적인 생계형 범죄가 발생하고, 남한과 서구문화의 침투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문건의 진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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