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모시 바느질 … 여름 한철에만 할 수 있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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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최형윤(33·유아음악강사)씨가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는 모시 손바느질이다. 뻣뻣하고 성긴 모시발이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다. 규방에 전해 내려오는 바느질 중 딱 여름 한철(통상 5~9월)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모시 바느질이라서다. 날이 추워지면 ‘모시발이 꺾인다’고 해 바느질이 잘 되지 않는다. 공기가 후텁지근해져야 겨우내 꾸둑꾸둑했던 모시베가 적당한 탄력이 생기면서 바늘을 받아들인다. 최씨는 “규방 공예를 모두 좋아하지만 여름철에는 딱 모시만 붙들고 있는다”고 했다. 여름철 대표적 규방 공예 모시 손바느질을 알아봤다. 한여름 양반집 아낙의 창에 걸려 따가운 볕을 은은하게 가렸던 모시 조각보 만드는 방법도 들었다. 조각보는 지금부터 부지런히 짜야 제때 제 몫을 한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도움말=미루규방 이정혜 대표, 쌈지사랑규방공예연구회

모시베가 부드러워지는 여름은 모시 바느질의 계절이다. 서울 인사동 쌈지사랑규방공예연구회 공방에서 김영선 작가가 모시 조각을 감침질로 잇고 있다.


아주 길이 들어서 버릇이 몸에 푹 밴 상태를 ‘이골이 난다’고 한다. 아낙들이 이로 모시 줄기를 가늘게 째는 것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니 이에 골이 생길 정도가 됐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모시는 베를 짜내는 과정뿐 아니라 옷과 보를 짓는 데도 정성이 그득 담긴다. 최형윤씨는 “매년 친구를 주려고 꼬박 한 달 걸려 조각보를 만든다”며 “하지만 정작 완성하고 나면 정성이 아까워 대부분 내가 갖고 만다”고 했다.

손바느질도 일반적인 수준의 바느질에 비해 까다롭다. 모시 조각보는 한 겹짜리인 홑보가 주를 이룬다. 흔히 쓰는 명주 겹보자기와는 다르다. 명주 겹보자기는 조각의 시접(솔기 가운데 접혀서 속으로 들어간 부분)을 모두 뒤쪽으로 둔다. 이때 올이 풀리지 않도록 하고 시접을 감추기 위해 뒷감을 댄다. 하지만 홑겹 모시 조각보는 시접을 감추기 위해 뒷감을 대는 대신 ‘쌈솔’이라는 특수한 솔기처리법을 쓴다. 쌈솔은 각 조각의 시접을 서로 맞물리도록 해 꿰매 올이 풀리지 않게 하면서 천을 이어 붙이는 기법이다. 천 두 조각의 시접을 맞물려 놓고 감침질(옷단이나 시접의 가장자리를 처리할 때 쓰는 바느질법으로 가장자리나 솔기를 실올이 풀리지 않게 용수철이 감긴 모양으로 감아 꿰맴)을 앞뒤로 해 한 겹의 천을 만든다.


모시 조각보는 보통 풀을 먹여 빳빳하게 만들어 쓴다. 다과상보·발·방장으로 쓸 수 있다. 만들기 전에도 풀을 먹여 놓아야 마름질하기 쉽다. 씨줄과 날줄이 반듯이 서 시원한 느낌도 더 살아난다. 보관할 때는 손빨래를 해 풀기를 제거하고 말려야 한다. 풀기가 남아 있으면 누렇게 변색할 우려가 있다. 모시는 탄력이 작아 구김이 잘 가므로 접기보다 종이로 둘둘 말아 보관한다. 다시 꺼낼 때는 다시 손빨래를 해 풀을 바르고 반듯하게 다려 쓰면 된다.

풀은 시중에 나와 있는 스프레이 형태를 써도 좋지만 전통 방법으로 할 수도 있다.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3~7일 담가 삭힌다. 물은 매일 갈아 준다. 삭힌 쌀에 물을 붓고(비율은 1대1 정도) 약한 불에 올려 저어가며 풀을 만든다. 면주머니에 넣고 깨끗하게 쌀가루를 걸러낸다. 모시를 담가 적신 뒤 가볍게 짜서 수건 위에 펼치고 돌돌 말아 풀을 골고루 먹인다.

모시를 다릴 때는 완전히 말린 것보다 물기가 적당히 있는 상태에서 한다. 70~80% 마른 모시 위에 광목 등의 천을 올려놓고 손이나 발로 꾹꾹 눌러 펴 반듯한 모양을 잡는다. 그리고 일반적인 천을 다리는 것보다 약간 높은 온도(180~200도)에서 한 번에 다린다.

모시베 구하려면
모시는 흴수록 비싸다. 원래 모시는 누르스름하거나 연둣빛을 띄는데 표백을 거듭할수록 백옥빛에 가까워진다. 서울 종로 예지동 광장시장의 직물가게 등에서 살 수 있다. 중국산의 경우 1마(30~32㎝×90㎝)에 6000~1만원, 한산 모시는 이보다 5~10배 비싸다. 광장시장은 도매 시장이라 주로 필(30~32㎝×21.6m) 단위로 파는 경우가 많다. 작은 단위의 재료를 사려면 ‘규방공예 재료구하기’(02-2267-6440)나 인터넷 쇼핑몰(www.jogakbo.co.kr) 등을 이용하면 된다. 가격은 광장시장과 비슷하다. 한산모시조합(041-952-9480)에서는 한산모시 정품을 살 수 있다. 필 단위뿐 아니라 자(30~32㎝×60㎝) 단위로도 판다. 가격은 한 필에 50만~300만원. 모시 손바느질은 서울 동교동 ‘미루규방’에서 5~9월 중 특강을 열고 가르친다. 1회 1만5000원, 02-324-6123. ‘쌈지사랑규방공예연구회(cafe.naver.com/ssamzisarang)’에서도 전국적으로 수시로 강좌를 열고 가르친다. 1회 1만5000원, 010-7164-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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