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여쭈기도 하고, 여쭙기도 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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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모르는 게 생기면 선생님께 여쭈워 봐라!” 등교하는 자녀에게 건네는 유대인의 인사다. 돌아오면 무슨 질문을 했는지 물으며 대화를 이어 간다고 한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공부 열심히 해라”는 우리네 인사와 사뭇 비교된다.

 이 유대인의 인사에 대해 꼬투리를 잡는 사람이 있다. ‘여쭈워 봐라’는 ‘여쭈어 봐라’로 바루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

 웃어른에게 말씀을 올리다, 웃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다는 뜻의 동사로는 ‘여쭈다’도 사용할 수 있고, ‘여쭙다’도 사용할 수 있다. 한 의미를 나타내는 두 낱말이 모두 널리 쓰여 복수 표준어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 문제는 부모님께 여쭈어 봐라”를 “그 문제는 부모님께 여쭈워 봐라”와 같이 표현해도 문제될 게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쭈다(여쭙다)’는 ‘묻다’의 존댓말이므로 아이가 선생님께 여쭈어(여쭈워) 볼 수는 있어도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궁금한 점을 여쭈어(여쭈워) 보셨다”처럼 사용할 순 없다.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셨다”로 쓰는 게 적절하다. ‘여쭈다’는 ‘여쭈고·여쭈니·여쭈었다’로 규칙 활용되지만 ‘여쭙다’는 ‘여쭙고·여쭈우니·여쭈웠다’로 불규칙 활용되므로 표기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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