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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마이너스 시대 … 신도시 아파트 프리미엄 ‘-’ 실질금리 6개월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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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주말 첫 입주를 시작한 김포한강신도시 아파트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었다. 가구당 2000만~3000만원이다. 분양 3년 만에 입주하는 주민들로선 속이 이만저만 상할 일이 아니다. 몇 년 째 저공 행진 중인 금리도 마이너스의 나락에 빠진 지 오래다. 실질 금리(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금리)는 6개월째 마이너스며, 기준금리는 19개월째 물가상승률을 밑돌고 있다. 금융위기는 잘 극복했지만 결과적으로 저성장의 덫에 빠진 게 아니냐는 걱정, 갈 길 바쁜데 뒷걸음질치는 ‘한국 경제 마이너스 시대’의 자화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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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신도시’에선 분양가보다 싼 매물

‘한강 신도시’에선 분양가보다 싼 매물 경기도 김포시 한강신도시에 첫 입주하는 우남퍼스트빌 아파트 주민들이 이사하고 있다. 최근 한강신도시에는 분양가 이하의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적지 않다. [박일한 기자]

18일 오전 자유로와 일산대교를 넘어 찾아간 경기도 김포시 한강신도시. 우남퍼스트빌 아파트 단지(1202가구)는 이삿짐을 옮기는 입주자들과 하자 점검을 하는 시공사 직원들로 부산했다. 인근에서는 내년 상반기 입주 예정인 삼성 래미안(579가구)과 중흥S클래스(임대 1007가구) 아파트가 골조를 드러낸 채 한창 공사 중이었다.

 우남 퍼스트빌 입주상담센터 홍동락 팀장은 “신도시 내 생활편의시설은 부족하지만 단지 앞에서 중흥S클래스 아파트를 지나면 이미 개발된 장기지구의 중심 상업지구가 나타난다”며 “당장 입주해도 별다른 생활 불편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신도시가 지난 17일 첫 입주자를 맞았다. 2기 신도시 가운데 화성 동탄, 성남 판교, 파주 운정에 이어 넷째다. 우남퍼스트빌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6개 단지 7900여 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하지만 ‘입주 프리미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입주 무렵 분양가에 웃돈이 많이 붙던 이전 신도시들과 달리 한강신도시 주택시장은 썰렁하다. 2008년 금융위기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동산 경기 침체의 그늘이 남아 있다.

 입주가 진행되면서 매물이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많지 않다. 인구 22만 명의 김포시에 16만여 명을 수용하는 신도시가 들어서는 만큼 짧은 시간에 물량을 소화하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분양 초기에 남아 있던 미분양 물량이 입주가 다가오면서 많이 팔리긴 했지만 아직 웃돈이 붙을 정도는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분양 단지들에서도 여전히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매물은 분양가보다 싼 ‘마이너스 프리미엄’이다. 김포시 장기동 현대공인 황인태 사장은 “분양가보다 2000만~3000만원 싼 가격에서 매물이 꽤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신도시 기대감을 갖고 분양받았던 투자자들이 집값 전망이 밝지 않아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팔려고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강신도시가 서울 도심에서 25㎞ 정도로 꽤 먼 데다 수도권에서 주택수요가 많지 않은 서부지역에 들어서기 때문에 다른 신도시보다 주목을 덜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매매가격은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서울 강서·양천, 경기도 일산 등지의 전세난을 피해 찾아온 사람들로 인해 전세 거래는 늘고 있다. 우남 퍼스트빌 홍 팀장은 “동향을 파악하니 전세로 내놓은 150여 건 가운데 40여 건이 이미 계약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강신도시 주택시장이 활기를 띨지는 교통여건에 달렸다. 지금으로선 교통 기반시설이 부족해 서울 등지의 수요를 끌어들이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달 초로 예정된 김포한강로 개통과 올해 안에 정부계획이 확정될 9호선 연장이 신도시가 자리를 잡는 데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포한강로 개통만으로도 교통 여건은 상당히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강신도시와 올림픽대로 방화대교 남단을 잇는 6차선, 16.3㎞ 구간으로 다음 달 뚫리면 여의도까지 승용차로 30분이면 다닐 수 있게 된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교통망이 개선되면 한강신도시가 입주 초기의 구겨진 체면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2015년까지 5만9000여 가구 집들이=한강신도시는 2015년까지 계획된 총 5만9000여 가구 16만6000여 명이 입주하면 완전한 도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신도시 내에 있는 운유산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의 입지여건이 다소 차이가 난다. 장기지구 주변을 중심으로 한 동쪽 지역은 앞으로 2년간 입주가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입주를 시작한 우남퍼스트빌과 이달 말 완공하는 쌍용예가는 장기지구 주변에 자리 잡았다. 이 지역은 다음 달 초 개통 예정인 김포한강로와 가깝고 장기지구의 각종 편의시설을 공유하는 게 장점이다.

 운유산 서쪽은 당장 생활편의시설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그 때문에 올 10월 입주하는 우미린(1050가구)은 당분간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편한세상(1167가구)이나 힐스테이트(1382가구) 등은 2013년 상반기 입주 예정이다. 우남중개사공인 심관용 사장은 “운유산 서쪽은 3년 정도 지난 후에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기반시설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포=박일한 기자

19개월째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기준금리

서울에 사는 주부 이모(30)씨는 지난주 국민은행의 ‘KB스마트폰정기예금’에 300만원을 가입했다. 1년 이자율이 연 4.4%로 은행 상품 중엔 그나마 금리가 높은 편이다. 그가 1년 뒤 받게 되는 돈은 이자소득세(15.4%)를 떼고 311만1672원. 문제는 물가상승률이다. 1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4%로 가정한다면 이씨 입장에선 312만원은 돼야 본전이다. 자칫 이자를 받아도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예금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겨도 오히려 손해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을 밑돈 지 오래됐다. 19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금리는 3%, 물가상승률은 4.1%였다. 2009년 11월 이후 19개월 연속 물가상승률이 기준금리를 앞지른 것이다. 기준금리 제도가 도입된 1999년 5월 이후 최장기간이다.

 이전에도 기준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았던 때가 여덟 차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통화 당국이 기준금리를 끌어내리던 시기였다. 이와 달리 지금은 한은이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리는데도 물가가 워낙 가파르게 올라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장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도 6개월 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시장 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지난해 12월 이후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95년 채권 금리 통계를 집계한 뒤 최장기간이다. 세후 이자율로 따지면 마이너스 폭은 더 커진다. 이자소득세(15.4%)를 감안해 계산한 체감 실질금리는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째 마이너스다.

 은행권 평균 정기예금 금리가 물가상승률 아래로 떨어진 지도 9개월째다. 17일 기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대표 정기예금 금리는 3.78~4.3%에 머물러 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건 돈 값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예금자들로서는 굳이 은행에 돈을 묻어 둘 필요가 없어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금리를 떨어뜨린 것도 이런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금에서 돈을 빼서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기도 마땅찮다.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은 지 오래고, 주식시장 역시 최근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경기둔화 우려, 그리스 구제금융 등 대내외 변수가 불거지며 투자 심리가 움츠러든 탓이다.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실질금리 시대를 이겨 내려면 다양한 투자수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한은행 이관석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예금보다는 주식·펀드·변액연금 등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게 방법”이라며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A2급 이상의 우량한 기업어음(CP)에 3개월 정도 단기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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