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쟁사 참여 꺼린 방사청, 록히드 2조원 무리한 요구 ‘자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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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호 03면

1990년대 초반부터 도입, 국내 라이선스로 생산한 KF-16 전투기(사진)는 지속적인 성능 개량이 필요하다. 2011년부터로 예정된 이 사업에 방사청은 1조4000억 예산을 반영하고 있다.(2010년 국회 결산 보고서) 그러나 담당 업체로 단독 거론돼 온 록히드 마틴사는 2조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당초 ‘이 사업의 방식인 FMS는 미 정부의 요구에 따라야 하는 것이라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1조4000억원 책정한 KF-16 개량사업

그런데 최근 변수가 생겼다. 한 무기 전문가는 “최근 영국 항공사인 BAe시스템이 방사청에 직접 이의를 제기하면서 1조원 미만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Ae는 미국 주방위 공군의 F-16 300대 개량 사업을 하고 있으며 터키와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사청의 실무부서에서는 “BAe가 미 정부의 한국 수출 허가를 받지 못해 경쟁 참가 자격이 없었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 전문가는 “2005~2007년 조기 경보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IAI가 미국의 수출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도 이스라엘 정부의 보증을 조건으로 끝까지 경쟁했었다”며 “과거 방사청이 미 정부 수출 허가를 받지 못한 업체를 조건부로 경쟁 입찰에 참여시킨 사례가 많아 BAe가 자격이 없다는 것은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또 “미국과 F-16을 운용하는 국가들은 업체를 경쟁시켜 개량비가 저렴하다”고 했다. 방사청은 아래와 같은 설명을 보내왔다.

<설명 전문>
“KF-16 전투기 성능 개량 사업의 총사업비는 향후 예정된 협상전략상 자세히 밝힐 수 없으나 1조4000억 이상 2조원 미만이다. 방위사업청은 현재 총사업비 이내에서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BAe시스템사의 성능 개량 내용은 록히드 마틴사의 성능 개량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으며 공식적으로 사업비를 제시하지 않았다. 방위사업청은 2개 업체 간 경쟁을 통해 공정하게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방사청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 사업은 이미 상반기 ‘미 정부가 공개 경쟁으로 사업자를 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되면 비용이 대폭 절감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처음부터 경쟁 체제를 유지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뒤늦게라도 경쟁시키려는 것은 예산 절감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사청이 ‘BAe사와 록히드 마틴의 성능 개량 내용이 다르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는 BAe 측은 “미션 컴퓨터 문제인데 최근에 개발된 BAe 컴퓨터 성능이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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