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민 인권 차원에서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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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은 해묵은 과제다.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유지하려는 검찰과 독자적인 수사 개시권을 가지려는 경찰이 대립하는 양상이 이어져 왔다. 논쟁의 핵심에는 ‘사법 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이 놓여 있다. 모든 사건에서 경찰은 검사의 지휘 아래서 수사를 개시하고 종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사권 조정은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게 이 조항을 바꾸는 걸로 압축된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경찰에 수사 개시권을 주고 검찰에 대한 복종의무를 폐지키로 한 형소법 개정안에 합의했고, 정부의 조정안을 참고해 이달 말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수사권 조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국민의 인권과 직결됐기 때문이다. 검찰에 지나치게 권력이 편중돼 있다는 지적과 비판은 타당하다. 균형과 견제의 측면에서 검찰의 독점권 일부를 경찰에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단순 교통사고까지 검찰이 지휘할 이유는 없다. 도로교통법 위반 사례처럼 벌금이나 과태료 정도로 끝날 사안이라면 경찰에 수사권을 넘겨도 된다. 폭력 등 민생치안 사건을 경찰의 역량에 맡길지 논의해볼 시점도 이젠 됐다. 대신 검찰은 ‘거악(巨惡)’ 척결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논의를 진척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합의 과정이 배제된 수사권 조정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부를 수 있다. 하루 아침에 경찰이 모든 형사 사건에서 견제도 받지 않고 수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 10만 명이 넘는 인력과 방대한 정보력을 가진 경찰이 자의적인 내사와 수사를 하는 상황도 상정할 수 있다. 2004년에 검경수사권조정협의체까지 구성됐지만 15차례의 회의를 거치고도 조정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만큼 미묘하고 민감하다.

 수사권 조정이 검경의 세(勢)대결이 돼서도, 정치권의 정략적 이해에 따라 결정돼서도 안 된다. 국민 편익을 증진시키고 인권 보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공론화 과정이 미흡한 채 뚝딱 해치우기엔 너무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