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로망 ‘컨버터블’ … 그대 가슴에 바람 안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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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650i 컨버터블은 최신형 오픈카이면서도 천 지붕을 얹은 소프트톱 컨버터블이다.

벤츠 E클라스

인피니티 G37

볼보 C70


BMW 650i 컨버터블은 완전한 ‘신상’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고, 올 4월 서울모터쇼 무대에 올려졌다. 아직 국내 도로 위에선 거의 볼 수 없는 최신형 컨버터블이다. 사람들은 이 차의 검은색 천 지붕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든든한 철판 지붕을 얹고 변신로봇처럼 지붕을 여는 인피니티 G37 컨버터블과 같은 하드톱 컨버터블이 요즘 한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BMW 650i 컨버터블은 최신형 오픈카이면서도 왜 고색창연한 천 지붕을 올렸느냐는 타박을 들을 만하다.

 딱딱한 지붕을 얹은 하드톱 컨버터블은 천 지붕을 얹은 소프트톱 컨버터블에 비해 일단 좋은 것처럼 보인다. 우선 천보다 강한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지붕이라서 튼튼하다. 천 지붕은 칼로 찢길 수도 있지만 딱딱한 지붕은 적어도 그런 염려는 없다. 하드톱 컨버터블이 보온이나 보랭, 방음에서는 탁월하다는 평가다. 또한 천 지붕 컨버터블보다 나중에 개발돼 최신 기술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반면 소프트톱 컨버터블의 장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난다. 일단 천 소재이기 때문에 가볍고 천이기 때문에 쉽게 접힌다. 가벼운 천을 접어 넣기 때문에 접고 펴는 동작이 단순하다. 천 지붕이 달린 포르셰 박스터는 시속 50㎞에서도 10초 만에 지붕을 열고 접을 수 있다.

 하지만 하드톱 컨버터블은 늘 크고 무거운 것이 문제다. 딱딱한 재질로 만든 지붕이라 무겁다. 차곡차곡 접어도 부피가 커서 넓고 커다란 트렁크를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하드톱 컨버터블은 엉덩이가 다소 거대해지곤 한다. 하드톱 컨버터블인 볼보 C70의 전면은 콤팩트 세단처럼 경쾌하지만 지붕을 접어 넣는 엉덩이는 준대형 세단처럼 펑퍼짐하다. 게다가 지붕을 접어 넣으면 트렁크에 웬만한 큰 가방 하나를 못 집어넣는다.

 이런 이유로 제대로 만든 컨버터블엔 아직 천 지붕을 올리는 것이 정석이다. 구조가 간단하고 부피가 작아서 아름다운 보디 라인을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BMW 650i를 비롯한 아우디 A5 컨버터블, 벤츠 E클라스 컨버터블, 포르셰 911 컨버터블, 벤틀리 컨티넨탈 컨버터블 등은 아직도 천으로 된 지붕을 열고 닫는다.

 그러니 진정한 컨버터블을 찾는다면 아직은 천 지붕 컨버터블을 권하겠다. 더 아름답고 완성도가 뛰어나다. 지붕을 접었을 때나 덮었을 때 두루 트렁크 공간이 여유롭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기후는 지붕을 열고 달릴 날씨가 그리 많지 않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장마가 있고, 황사나 매연으로 인해 공기도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후와 도로 조건, 치안 문제 등을 감안한다면 대한민국에서는 하드톱 컨버터블이 더 제격인 것 같기도 하다.

장진택 자동차칼럼니스트 thetrend@naver.com

◆오픈카(Open Car)=자동차 업계의 공식 명칭이 아니라 일본식 표현이다. 그런데 전 세계 어디에서도 오픈카라고 하면 어떤 차량인지 잘 알아듣는다. 다만 미국에서는 지붕 있는 차와 지붕 없는 차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뜻의 ‘컨버터블(Convertible)’을 쓴다. 유럽에서는 지붕을 접을 수 있는 2륜 마차라는 뜻의 ‘카브리올레(Cabriolet)’로 부른다. 영국에서는 ‘드롭헤드(Drophead)’라고 하고, 한국에서는 ‘무개차(無蓋車)’라는 이름으로 예스럽게 부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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