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업자 돈으로 술판 벌인 국토부 직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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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토해양부 직원들이 4대 강 업체로부터 향응을 받다 들통이 난 사건은 곪고 있는 작금의 공직기강을 가늠케 해준다. 국토부 수자원정책국 직원 15명은 지난 3월 제주도에서 연찬회를 마치고 수자원공사와 용역업체 직원들과 횟집에서 식사한 뒤 나이트클럽과 주점에서 2차로 술판을 벌이다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 적발됐다. 물론 밥값·술값은 업체에서 댔다. 행사비 1억7000만원도 업체들이 걷었다고 한다. 업체들 등쳐 먹는 놀자판이었던 셈이다. ‘자연친화적 하천관리 연찬회’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국토부의 후속 조치는 더 한심하다. 총리실이 적발된 직원들에게 대해 징계를 요구했으나 국토부는 주의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개인당 9만~15만원씩을 되돌려줘 더 이상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처리했다. 업체에서 밥값·술값을 냈다면 포괄적 뇌물죄로 형사처벌될 수 있는 사안이다. 4대 강 사업이 뭔가. 대통령의 집념이 담긴 숙원사업이다. 이런 사업을 이용해 기업의 등을 친 파렴치한 행위를 그냥 넘길 수 있겠는가.

 요즘 관가(官街)에선 제주도·경주 등 관광지에 업체들을 불러모아 놓고 개최하는 ‘목·금 연찬회’가 유행이라고 한다. 근무하는 목·금요일에 기업체의 ‘후원’을 받아 간담회나 연찬회를 열고 이어지는 주말에는 향응을 받는다는 것이다. 국토부 직원들이 연찬회를 한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3일간은 수·목·금이었다. 토·일요일까지 머문다면 공짜 휴가와 다름없다. 총리실이 연찬회에 대한 일제 점검을 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성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에 전·현직 공직자들이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엊그제는 교통안전공단의 국고 횡령과 국토부 현직 과장의 수뢰 혐의가 불거졌다. 집권 후반기에는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공직사회의 정치권 줄 대기, 복지부동, 근무 태만, 비리가 되풀이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공직 비리가 계속되면 ‘공정 사회’는 헛구호에 그치고,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이 앞당겨질 우려가 크다. “이대론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