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한 바르셀로나 문화에서 영감 얻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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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꼼꼼한 성격의 형 아이토(왼쪽)와 장난기 많은 동생 이나키. 서로 다른 성격이 오히려 작업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패션 디자이너 중에는 듀오로 활동하는 이들이 여럿 있다. 돌체&가바나, 빅터&롤프, 디스퀘어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친구 또는 형제 관계다. 바르셀로나에도 쌍둥이 형제 디자이너가 함께 작업하는 여성복 브랜드 ‘아일란토(www.ailanto.com)’가 있다. 1995년 시작된 이 브랜드는 최근 스페인의 왕세자비 레티시아가 철마다 이들의 옷을 구입한다고 소문이 나면서 부쩍 주목받고 있다. 30~45세 사이의 전문직 여성이 타깃이다.

-아일란토만의 디자인 특징은. “1년에 두 차례 봄·여름, 가을·겨울 컬렉션 때마다 우리는 5가지 무늬를 고안해 그리고, 이를 기본으로 옷을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 디자이너들은 보통 좋은 무늬가 그려진 섬유를 찾지만 우리는 직접 아일란토만의 무늬를 만든다.”

-세상에는 없던 새로운 무늬를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둘 다 대학에서 순수미술(회화와 조각)을 공부했다. 이나키(동생)는 의상도 공부했다. 덕분에 어떤 무늬의 옷이 입체적인 효과가 뛰어난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나. “매 시즌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도시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바르셀로나에는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건물과 여러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 많이 있다. 사진 전시회에도 자주 간다.”

-30~40대 전문직 여성이 주요 소비자라고 들었다. “직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그들은 일을 할 때나 사적인 모임을 가질 때나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사무실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을 비롯해 파티복 등 다양한 종류의 옷을 만들고 있다. 옷 종류는 달라도 이 나이대 여성의 신체 라인을 고려해 몸에 꼭 안 붙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해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는 것은 공통적이다.”

-가격은. “원피스가 250~300유로(약 47만원) 정도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매장에서는 이보다 조금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떠오르는 패션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자라·망고 등의 SPA 브랜드가 전 세계 여성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스페인 패션의 가능성은 이미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들 SPA 브랜드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스페인만의 고유한 색깔은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 우리처럼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립 디자이너는 이 도시의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반영한 디자인을 만들고 이를 자랑스러워한다. 둘 사이의 경쟁은 아주 치열한데 바로 이를 통해 패션도시로서의 바로셀로나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바르셀로나=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전명진(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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