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회활동 늘었지만 지위 낮아…여권 신장 위해 여성판사 역할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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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분야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로 불리는 제14차 아·태 대법원장 회의에 참석한 유일한 여성 사법부 수장인 뉴질랜드의 시안 엘리아스(62·사진) 대법원장은 13일 “여권 신장을 위해 여성 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엘리아스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과거보다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지위에 있다”며 “여권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에서 여성법관 수가 늘어나고 지위가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태 지역의 경우 가정폭력이나 같은 직업 내에서 임금·직급 차이 등의 남녀 차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녀간 장벽을 제거한다는 측면에서 사법부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실제로 재판 때 여성판사가 있으면 (남성과) 다른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뉴질랜드의 경우 여성 판사는 1심 법원 판사 중 24% 정도를 차지하고 항소법원 판사 9명 중 2명이 여성”이라고 소개한 뒤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캐나다 대법원장도 여성”이라고 말했다.

 엘리아스 대법원장은 또 사법부 독립과 관련해 “정치권이 사법부의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권이 간섭하는 것은 법의 지배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로 다른 법 체계를 지닌 아·태 지역 국가들의 사법부 간 협력에 대해선 “각국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사법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륙법계와 관습법계 국가들의 차이가 많다고 인식되는데 과장된 면이 있다”며 “사건 절차나 사법행정 개선 등을 통해 두 체계의 차이가 많이 줄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970년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을 졸업한 그는 2003년 뉴질랜드 대법원이 창설됐을 때 대법관으로 임명된 뒤 2004년 대법원장 자리에 올랐다.

 ◆아·태 대법원장 회의 개막=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21세기 사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관해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해 아·태지역 27개국 대법원장 등 총 101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회의는 ‘21세기 사법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15일까지 진행된다.

글=임현주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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