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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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할리우드 법정 스릴러 영화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에서 격돌한 매튜 매커너히(왼쪽)와 라이언 필립.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는 물에 만 밥처럼 술술 넘어가는 범죄스릴러다. 돈이라면 양심은 한 쪽에 대충 치워두고 살던 변호사. 그가 사악한 의뢰인에게 제대로 걸려든다는 설정부터 흥미롭다. 게다가 이 의뢰인은 유죄이기만 한 게 아니다. 과거 이 변호사가 승소율을 높이기 위해 의뢰인에게 유죄 인정을 강요하다시피 했는데, 바로 그 살인사건의 진범이다. 현재의 의뢰인 때문에 과거의 의뢰인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기막힌 상황이다. 그런데 이 변호사를 더 미치게 만드는 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뒤늦게 알게 된 진실을 폭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까.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의 잘 짜인 구성은 상당 부분 원작에 빚졌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코널리의 동명소설이다. LA타임스 범죄담당 기자 출신인 코널리의 책은 전세계적으로 4500만 부가 팔려나갔다. 그 중에서도 범죄와 법률 전반에 대한 5년 간의 성의 있는 취재가 뒷받침된 이 작품은 『시인』 『블러드 워크』와 더불어 대표작으로 꼽힌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블러드 워크’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화됐다. 링컨차는 고급 리무진의 대명사 링컨컨티넨털. 허세와 허영으로 가득 찬 변호사 미키 할러(매튜 매커너히)는 운전수가 모는 링컨컨티넨털을 사무실로 삼아 ‘한 건’을 찾아 다닌다. 젊은 부동산재벌 루이스(라이언 필립)가 술집에서 만난 여자를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팬 혐의로 체포되고, 그는 루이스의 변호를 맡게 된다.

 이 영화는 법정드라마이기 때문에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과거의 살인사건과 현재의 폭행사건을 놓고 동일한 의뢰인의 유죄와 무죄를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상황은 그 자체로서 재미가 상당하다. 한 인간이 속물스러운 내면을 극복하고 자신 안의 정의감을 발견하는 결말이 주는 카타르시스도 있다.

 매튜 매커너히라는 배우의 캐릭터 장악력도 놀랍다.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타임 투 킬’ 등 대표작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저 그런 금발미남배우 정도로 인식됐던 배우다. 여기선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남자’로 존재감이 확실하다. 느물느물한 말투로 “돈을 받지 않으면 일도 안 한다”고 말할 때와, “우리 아버지가 무고한 의뢰인만큼 무서운 사람은 없다고 했다”고 얘기할 때는 같은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는 원작을 크게 다치지 않으면서 잘 압축한 사례로 남을 듯싶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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