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소셜커머스 업계 움직인 소비자 주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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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인숙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반값 할인’과 ‘공동 구매’로 대표되는 소셜커머스의 질주가 무섭다. 지난해 상반기에 시작된 국내 소셜커머스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더하면서 올해 약 5000억원의 시장 규모가 예상되고 있다.

 소셜커머스는 제품·서비스 제공업체와 수요자인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할인이라는 요소가 매개체로 작용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웹 2.0의 공유와 개방을 주창한다면, 소셜커머스는 SNS를 통해 상거래의 주권을 소비자가 행사하는 가격 2.0 시대의 상징이다.

 가격 2.0이란 개별 고객의 취향·성별·연령·위치 등이 최적화돼 제시되는 유연한 가격을 뜻한다. 가격 1.0 시대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가격이 결정되었다면 가격 2.0 시대의 소셜커머스는 SNS를 통한 자발적인 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고객의 입소문을 기반으로 한 소셜커머스의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소비자 불만과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소셜커머스 이용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두 명 중 한 명꼴(48.6%)로 저렴한 가격을 꼽았다. 다음으로 할인율(18.1%), 제품의 품질(15.3%), 지역적 편리성(12.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불만도 적지 않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이용자 10명 중 1명은 소비자 불만이나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피해 발생 시 대응 방법으로 소셜커머스 사업자에게 문의(41.5%)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응답자가 59%나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소셜커머스를 계속 이용할 것인지의 물음에는 96.7%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향후 개선 사항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간단하고 명확했다. 제품·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사항보다는 소셜커머스 사업자에게 요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고객센터 활성화 ▶정확한 유효기간 명시 ▶명확한 구매 및 사용 조건 명시 등 소셜커머스 이용에 관련된 정보를 원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것이 현재 진행 중인 소셜커머스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셜커머스 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로 규정해 소비자는 취소와 환불이 가능하게 됐다. 또한 에스크로(escrow) 제도, 즉 구매안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청약철회권을 방해하고 허위·과장 광고 같은 기만적인 행위로 소비자를 유인한 소셜커머스 업체에 법 위반 사실을 고지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정부의 법적인 조치 못지않게 소셜커머스 업계의 자율적인 소비자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업계 스스로 ‘소셜커머스 소비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전자상거래법’에 규정하는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정의 준수뿐 아니라 서비스 이용 불편 최소화, 일반 소비자와 소셜커머스 고객의 차별 금지 및 광고한 내용과 다르게 제공하는 행위 금지 등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판매자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핫 트렌드인 소셜커머스 시장의 중심에 소비자가 우뚝 서 있다. 소비자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소비자 권리와 책임을 다할 때 진정한 소비자 주권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김인숙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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