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의 이익'이 비즈니스의 출발

중앙일보

입력

“e-메일은 커뮤니케이션의 강력한 툴입니다. 동시에 마케팅 툴이기도 하지요.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e-메일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e-메일에 무엇을 담느냐라는 문제가 남더군요.”

㈜에브리존 신동윤 사장(33)의 비즈니스 아이템은 1천만 네티즌이 소유하고 있는 e-메일이다. 대개는 인터넷 비즈니스 승부처로 포탈사이트를 만들지만 신사장은 매일 아침 e-메일부터 확인하는 네티즌의 속성을 파악 e-메일을 통한 정보전달이 비즈니스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확신을 가졌다.

“제품홍보와 회원가입 권유 등 기존의 수많은 스팸메일과 차별화되는 서비스가 필요했습니다. 네티즌들이 반드시 열어보는 e-메일이어야만 했지요.”

지난해 7월 본격적인 사업 준비를 시작한 신사장은 여러가지 컨텐트를 놓고 고심하던중 바이러스 백신을 주목하기에 이른다. 마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CIH 바이러스 피해로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던 시기였다. 바이러스 백신을 e-메일과 접목시킬 수만 있다면 네티즌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자금투자자와 자신의 사업을 구체화 시킬 백신 기술이 필요했다.

PR대행사 출신의 신사장은 마케팅에는 누구보다도 자신 있었지만 바이러스 백신 개발은 또 다른 장벽이었다. 자신이 직접 개발한다는 것은 너무 우회한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신사장은 전략적 제휴를 선택했다.

마침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 치료 업체 ㈜하우리의 원격 바이러스 치료 서비스가 신사장이 찾는 아이템과 일치하였다. 신사장은 하우리를 찾아가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람에게 e-메일 바이러스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광고를 끼워넣는다는 사업 아이디어를 들려주었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다는 신사장의 설득과 자신감에 하우리는 선뜻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99년 10월. 신사장은 에브리존 닷컴(www.everyzone.com)이라는사이트를 오픈하였다. 네티즌의 요구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신사장은 현재 회원규모 5만명, 직원수 9명, 자본금 10억에 이르는 안정된 기반의 회사를 만들게 되었다.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인정받아 한솔그룹으로부터 6억원의 투자를 받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요즘 신사장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3~4일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밤을 세운다.

다름아닌, 사이버중앙㈜과 공동으로 펼치는 ‘정보화 강국 캠페인(www.cyberfree21.co.kr/)’을 운영하면서부터 이다. 신사장이 아이디어를 제공한 정보화강국 캠페인은 국민의 정보통신 마인드를 높이고, 어린이 개안(開眼)수술비 지원을 목적으로 14개 인터넷기업이 총 16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들여 오는 4월 15일까지 펼치는 대규모 캠페인.

특히, 행사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 후 광고를 클릭하면 적립되는 적립금 전액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의 개안수술비용에 투자한다는 캠페인은 네티즌들로부터 큰 격려를 받고 있다.

보리들판이라는 ID를 사용하는 한 참가자는 “앞 못보는 아이들의 수술비를 마련한다니 정말 뜻 깊은 일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세상에 찌들고 공해에 찌들고 사람들에게 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구름 넘어 하늘 저 먼 곳에서 비추는 햇살을 같이 보며 미소 지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그간에 묻혔던 때들을 하나 둘 벗어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인터넷 기업의 생명은 신뢰입니다. 그동안 여러 인터넷 업체에서 실시한 이벤트는 억대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비해 사회적 환원이 없었다고 봅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이렇게 하면 사회봉사도 하고 기업의 신뢰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네티즌에게 먼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백신 웹 메일’ 서비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지원하는 ‘정보화 강국 캠페인’… 이처럼 신동윤 사장의 비즈니스에는 항상 사람 냄새가 난다. 앞으로의 사업계획 역시 ‘사람’이 중심에 있다.

올 4월에는 동호회를 통한 새로운 커뮤니티 모델을 제시하는 사이트를 오픈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정보화 강국 캠페인에 참여한 업체들끼리 컨소시엄을 형성해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마련해 놓고 있다.

*기자가 만난 신동윤 사장

신동윤 사장은 인터넷 비즈니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감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회사 외부의 자원을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활용할지를 잘 파악하고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기자에게 신동윤 사장이 꼭 소개해 달라는 신사장의 목소리는 현재의 ‘벤처열풍’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무엇보다도 투자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돈만 투자하고 어느 시점에서 회수 할지 만을 계산하는 투자자는 벤처기업 최대의 적입니다. 투자한 벤처기업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배양할 줄 아는 투자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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