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장, 눈치만 보며 매매 뚝 끊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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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안정 대책에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면서 서울 강남권 중개업소들이 썰렁하다. 임현동 기자

아파트 거래가 확 줄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달아오르던 투자 열기도 한풀 꺾였다. 짧은 기간에 많이 뛴 데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재건축 규제, 세제 강화 등 각종 부동산안정대책이 쏟아지자 매수세가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매매호가는 아직 그대로이거나 일부 지역에선 오름세다. 더 오를까봐 안 팔고, 양도세 때문에 못 팔아 급하게 내놓는 매물이 적어서다. 하지만 집주인과 사려는 이들이 서로 부르는 매매가의 차가 크고 비수기도 겹쳐 '거래 감소 속의 호가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 강남권 등 선발지역, 휴식기=지난달까지 집값 상승을 이끌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상승세는 잇따른 규제로 이달 들어 주춤하고 있다. 사업 추진이 늦어지게 된 일부 재건축단지에선 호가를 낮춘 매물이 하나둘씩 나온다.

초고층 재건축 소문으로 호가가 치솟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경우 거래가 끊겼다. 압구정동 센추리21서울 진태호 사장은 "3~4월엔 매물이 나오면 곧바로 팔렸는데 이달 들어서는 매수자가 적극 달려들지 않는다. 호가 오름세도 멈췄다"고 전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값도 조금 떨어졌다. 1단지 13평형은 5억~5억1000만원이었으나 5.4대책 이후 1000만원 정도 싼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개포동 라인공인 관계자는 "4월 중순까진 시세보다 조금만 싸도 곧바로 팔렸는데 요즘은 매수자들이 망설여 거래가 뜸하다"고 말했다.

서초구도 거래가 줄었다.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잠원동 재건축단지는 이달 들어 거래량이 3~4월의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잠실의 경우 사업 추진이 빨라 지난달까지 거래가 활발했으나 급등 부담감으로 지난주부터 거래가 줄었다. 잠실공인 최명섭 사장은 "호가 변동은 없지만 잠실주공1단지 등에서 매물이 늘고, 매물 소화기간도 길어졌다"고 전했다.

분당 신도시와 용인의 경우 매매 호가가 강세지만 이달 들어 매수세력이 눈치를 봐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냉랭하다. 분당구청에 따르면 1829가구인 정자동 파크뷰의 경우 올 들어 4월 초까지 5건의 거래신고가 접수된 뒤 최근엔 거래가 없다. 분당 정자동 테크노공인 박윤재 사장은 "40평형대 이상은 호가보다 2억원 이상 싸지 않으면 매수자가 아예 등을 돌리는 데다 이달 들어 거래량이 2~4월의 10% 이하로 줄어 곧 가격 조정이 닥칠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도 지난달 21일 죽전동 등 5개 동이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뒤 거래가 한산하다.

◆ 비강남권 더 울상=서울 강남권 이외 지역의 타격은 더 크다. 두 채 이상의 집을 가진 경우 살지 않는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내년부터 실거래가로 물리기로 해 비투기지역의 투자 매력이 사라진 탓이다. 지금은 비투기지역은 시가 6억원 이하는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양도세를 내는데, 실거래가로 바뀌면 비강남권에 집이 있는 게 짐이 될 수 있어서다.

강북의 대표적인 아파트 밀집지역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 도봉구 방학동 일대는 5.4대책 이후 거래가 끊겼다. 상계동 크로바공인 관계자는 "이곳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상당수가 다른 지역 거주자인데, 정부 대책이 나오자 이곳 아파트부터 팔겠다고 하지만 거래가 줄어 체감 호가는 500만원 이상 떨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 거래 감소 이어질 듯=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도 높은 대책에 투자심리가 꺾여 거래 감소는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본다. 한국자산신탁 신상갑 팀장은 "이사철이 끝나 비수기로 접어들어 여름방학 때까지는 거래량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KTB자산운용 안홍빈 부동산본부장은 "분당.용인의 경우 집값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강남과 연동성이 강해 조만간 거래 침체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집값 상승을 경험한 집주인들이 물건을 쉽게 팔려 하지 않아 매매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수기가 지나면 아파트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보는 쪽도 있다. 하나은행 조용렬 부동산팀장은 "재건축단지의 일반분양 물량이 거의 없어 강남 등 기존 아파트로 매기가 몰릴 수 있고, 판교 분양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매수세로 돌아설 경우 집값 불안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종수.서미숙 기자 <rtop@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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