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인들이 배낭메고 산을 헤매는 이유는 김정일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냉이밥에 소금국으로 때우며 부식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 군인들이 급기야 산나물을 캐기 시작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올 가을까지 군인 1인당 마른 산나물 10kg, 메주콩 10kg씩 무조건 구해오라는 인민군 지시문이 모든 군부대들에 하달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자체 부업기지에 채소를 심어 군인들의 김장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도 지시문에 언급돼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군인들이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호위총국 검열대의 보고를 받고 인민무력부 고위간부들을 강하게 질타한 뒤 이런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군부는 겨울철 부식물로 산나물을 저장하고 메주콩 농사를 짓겠다는 조치를 특단의 조치라며 내놨다.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요즘 국경경비대 군인들까지 배낭을 메고 산나물 캐기에 총 동원되고 있다”고 전했다. 군인 한 명 당 마른 산나물 10kg에 마른 고사리 10kg씩의 할당량이 부여됐다고 한다. 산나물은 겨울철 부식물용이고 마른 고사리는 외화벌이용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군인들에게는 특별한 외화벌이 과제를 부과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다급해진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2003년에도 김정일이 군부대에 직접 콩 종자까지 보내주면서 군인들의 겨울철 부식물 문제해결을 지시했지만 나아진 것은 전혀 없다. 소식통들은 “벌써 군부대들마다 부족한 산나물 보충을 위해 농촌출신 군인들에게 휴가를 줘서 산나물을 구해오도록 하고 있다”며 “군인들에게 메주콩 10kg씩 구해오라는 것은 결국 군인들에게 어디 가서 훔쳐오라고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김진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