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 1141억 사업, 700억에 급매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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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의 피해자들이 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연호 회장 등 피고인 21명에 대한 두 번째 준비재판을 방청한 뒤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업정지(2월 17일) 상태의 부산저축은행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대주주로 참여해 온 ‘캄보디아 시엠리아프 신국제공항 개발 사업권’을 투자금보다 수백억원 낮은 가격에 급히 매각하려 한 것으로 9일 드러났다.

부산저축은행과 로펌의 법률자문계약서.

중앙일보가 입수한 부산저축은행과 모 로펌(법률사무소)의 법률자문계약서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지난 3월 시엠리아프 신국제공항 개발 사업의 사업권 일체를 제3자에게 매각하기 위한 법률 자문 계약을 로펌과 맺었다. 계약서엔 구속 기소된 부산저축은행 김민영(65) 은행장이 계약 당사자로 나와 있고, 계약 성립과 동시에 로펌에 ‘착수금 5000만원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담당 변호사는 로펌 김모·강모 변호사다.

 부산저축은행은 파격적인 성공보수 조건도 내걸었다. 계약서에 따르면 총 매각대금이 700억원이 넘을 경우 부산저축은행은 로펌에 3억원과 함께 700억원 초과 금액에 대한 1%를 성공보수로 지급하기로 했다. 부산저축은행이 제시한 매각대금 700억원은 실제 투자금 1141억원보다 441억원이나 적기 때문에 사업권을 헐값에라도 급히 팔려 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저축은행은 매각대금이 투자금액과 비슷한 1200억원을 넘을 땐 성공보수 8억원과 1200억원 초과 매각금액에 대한 2%를 성공보수로 약속했다.

 부산저축은행과 로펌의 계약서 작성 시기는 ‘2011년 3월’로 돼 있고, 거래는 ‘2011년 6월 말까지 종결될 것’이라고 돼 있다. 따라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부산저축은행이 서둘러 사업권을 매각, 자산을 빼돌리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은 3월 15일 부산저축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영업이 정지되면 임원이라도 통상적인 대출금 수납 업무 정도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계약을 맺은 것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은행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고객 돈(예금과 후순위채권) 2200억원 이상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객이 맡긴 돈으로 수억원의 성공보수를 약속하며 서둘러 사업권을 매각하려고 한 이유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에 자산을 매각해 그 돈을 빼돌리려고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은 캄보디아 시엠리아프 신공항 및 주변지 개발 사업에만 계열사인 부산상호저축은행·부산2상호저축은행·대전저축은행·전주저축은행을 통해 모두 1141억원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식으로 투자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사업이 중단돼 자금 행방이 묘연하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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