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증권사 사외이사에 친구 앉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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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창 전 금감원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고 9일 밤 서울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태성 기자]


대검 중수부가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이 자신의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학 동기동창 친구 박모씨를 증권사 사외이사로 취업시킨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김 전 원장을 소환해 이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김 전 원장과 박씨 간에 석연치 않은 자금 거래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하고 최근 서울 강남구의 박씨 사무실도 압수수색해 각종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은 현직에 있던 지난해 5월 박씨로부터 “금융회사 사외이사로 취직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금감원 증권 담당 간부를 모 증권사로 보냈다. 이 간부는 이 증권회사 대표에게 “박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해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박씨는 사외이사로 취업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최근 이 증권사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의 이 같은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혐의로 사법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일을 하게 했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했을 때 적용된다.

 검찰은 또 김 전 원장이 2008년 3월 금융감독원장에 선임되면서 자신의 처 명의로 보유 중이던 아시아신탁 주식 4만 주를 매도해야 할 상황에 처하자 박씨에게 이를 매도한 것처럼 가장한 것이 사실은 주식 차명 보유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김 전 원장에게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

 재직 중 비리 의혹으로 금감원장 출신 인사가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3년에는 나라종금 로비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유죄를 받은 이용근 전 금감원장이, 2007년에는 김흥주 로비사건으로 이근영 전 금감원장이 검찰에 소환된 바 있다.

 대검 중수부는 또 김 전 원장이 은진수(50·구속) 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금감원·예보의 공동검사를 일정기간 연기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은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불법대출 자금으로 운영해온 특수목적법인(SPC)인 ㈜낙원주택건설 대표 임모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임씨는 전남 순천시 왕지동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허가 청탁을 위한 활동비 명목으로 부산저축은행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이 사업에 3개 SPC를 동원해 550억원 이상을 투자했으나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검찰은 임씨가 부산저축은행 전 영업이사인 성모씨의 친인척 명의로 438억원을 대출받은 점에 주목, 비자금을 조성해 사업 인허가 청탁 등과 관련해 지자체 공무원 등에게 로비자금으로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금의 용처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씨가 노무현 정부 때 유력 인사에게 금품 로비를 했는지를 수사 중이다. 

글=박진석·최선욱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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