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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어느 해보다 장마에 단단히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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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부터 남부 지역이 본격적인 장마에 들어간다. 예년보다 열흘 이상 일찍 찾아온 장마다. 기상청은 올 장마가 유난히 길고 오래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수량도 평년보다 20% 이상 많고 국지성 집중호우도 잦을 것이란 예보다. 올해 장마를 맞이하는 심정은 어느 때보다 불안하다. 전국에 걸쳐 4대 강 사업 현장과 구제역 매몰지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자칫 대형 재해가 일어나면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장마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이미 지난 4∼5월에도 100㎜ 안팎의 비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남한강의 강천보, 낙동강의 상주보와 함안보, 영산강의 승촌보 현장에서 임시 물막이들이 쓸려 내려갔다. 임시 물막이가 유실된 구미 취수장의 경우 4일 동안 수돗물을 공급하지 못해 구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여기에다 전국적으로 지난겨울 구제역 때문에 살처분된 가축 매몰지가 4172곳에 이른다. 언제 어디서 토사 붕괴나 침출수 유출로 지하수가 오염될지 조마조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힘을 합해 재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4대 강의 경우 강바닥 준설(浚渫)에 따라 기존의 홍수 예보 시스템이 제대로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 지난봄의 사고도 수위 예측이 잘못돼 일어난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 본류의 준설로 지천의 유속이 빨라진 만큼 예상 밖의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해 봐야 한다. 필요하면 보와 준설 공사를 서둘러 사고원인을 미리 제거하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

 구제역 매몰지도 각별히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매몰지 위에 덮어놓은 방수포가 찢어지거나 봉분이 내려앉을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침출수 배출용 유공관과 배수로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재해 예방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4대 강과 구제역 매몰지에 사고가 발생하면 언제 어디서든 공동 대처가 가능하도록 비상 대응 시스템을 꼼꼼히 짜놓아야 할 것이다. 심술궂은 장마가 대형 인재(人災)로 연결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