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진수희 장관님, 민심을 제대로 아십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신성식
선임기자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해 1월 11일 서울성동구약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지난해 말 업무보고 때)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있었지만 (대통령의 감기약 수퍼 판매 관련 언급은) 항간에 기사화되고 알려진 것과는 매우 다른 맥락”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미국 같은 데 나가 보면 수퍼마켓에서 약을 사먹는데 한국은 어떠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2010년 12월 24일자 8면)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시 참석자들은 “감기약 수퍼 판매에 미온적인 진 장관을 압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5개월여 만에 진 장관이 대통령의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8일 “이 대통령이 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30분가량 일반약 수퍼 판매 유보 결정을 비판했고 ‘장관이 판단을 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일반약 수퍼 판매 유보를 결정한 진 장관을 질책한 것이다.

 진 장관은 1월 약사회 총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약사들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주무장관이 지역구 이익단체 모임에서 중요 정책을 약속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진 장관은 그 이후 일반약 수퍼 판매 허용 여론이 비등하자 한때 편의점 판매를 검토했다. 하지만 진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반약 수퍼 판매를 허용하더라도 약사들이 약을 공급하지 않으면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일반약 수퍼 판매를 실행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언제부터 장관 결재서류에 약사회장란이 생겼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거의 15년 전부터 국민이 요구해온 일반약 수퍼 판매를 대통령이 추진한 것은 현 정부가 처음이다. 수차례 대통령의 주문이, 국민의 불편 호소가 진 장관에게는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진 장관은 지난달 “기획재정부 국장 어머니가 관절염 때문에 파스를 가끔 바르는데 어느 날 밤 너무 아파 파스를 사러 돌아다니다 못 사자 (그 국장이) 복지부를 폭파하고 싶었다고 하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국민 심정이 꼭 그 국장과 같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진 장관이 8일 국회에서 “(기존) 의약품 분류의 틀 내에서라도 국민 불편 조금이라도 덜어 드릴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점이다. 대통령의 질책 탓이 클 거다. 이젠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거다.

신성식 선임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보건복지부 장관(제48대)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5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