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다되다, 다 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5면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다듬는 일을 오래 해오다 보니 한국어가 배우기는 쉬운데 제대로 부려 쓰기는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까다로운 문제 가운데 하나가 띄어쓰기다. 띄어쓰기를 달리함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된 농사에 멧돼지가 몰려와 쑥대밭으로 만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튼튼하게 쳐야 한다.” “출근 시간이 다되었기 때문에 웹 사이트에 접속해 친구의 편지를 읽어 볼 여유가 없었다.” “다된 밥에 코 빠뜨릴라.”

 ‘다되다’는 ‘완전히 그르친 상태에 있다’는 뜻으로 품사는 형용사다. 이런 뜻을 앞의 예문에 적용해 보자. ‘다된 농사’라면 멧돼지가 몰려와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출근 시간이 다되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다된 밥’에도 코를 빠뜨린들 아무 이상 없다.

 이렇게 붙여 쓴 ‘다되다’는 앞의 예문에서 의미가 통하지 않으므로 ‘다 되다’로 띄어 써야 옳다. 이때의 ‘다’는 ‘행동이나 상태의 정도가 한도(限度)에 이르렀음을 나타내는 말’로 품사는 부사다. 다시 말해 농사가[출근 시간이, 밥이] ‘거의 다 됐다’는 뜻이므로 ‘다 된’ ‘다 되었기’ ‘다 된’으로 띄어 써야 한다는 얘기다.

최성우 기자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