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리지어 든든 … 불쑥 다가온 택시엔 진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그룹형 자전거 출근제를 시범 시행한 첫날인 8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역에서 출발한 자전거 출근자들이 대열을 만들어 성동구 용답동 도시철도공사 앞을 지나고 있다. [김상선 기자]


8일 오전 7시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 앞 아차산역 4번 출구. 헬멧과 보호장구를 착용한 자전거 출근족 10여 명이 나타났다. 이날부터 시범시행하는 ‘그룹형 자전거 출근제’(일명 자전거 버스)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코스는 어린이대공원 후문→군자교→도시철도공사→답십리역→동대문구청→서울시청의 12.44㎞ 구간이다.

위성욱 기자

 오전 7시20분 약속한 시간이 되자 자전거 13대가 도로로 들어섰다. 대열 뒤쪽 자전거엔 ‘도로를 나눕시다. 자전거도 차입니다’라는 깃발을 달았다. 자전거 출근이 처음인 기자는 ‘자전거를 도로에서 타도 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무리를 지어 달리면서 불안감이 조금씩 사라졌다. 군자교와 도시철도공사 부근에선 6명의 시민이 합류했다. 이곳엔 ‘자전거 정거장’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한숨 돌린 뒤 답십리역을 통과한 자출족들은 동대문구청 쪽으로 내달렸다. 도로는 평탄해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었다. 택시와 버스가 수시로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자전거 뒷바퀴가 살짝 들리는 느낌이 왔다.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그룹 뒤쪽에서 선두를 따라가기가 힘에 부쳤다. 시범운행에 참가한 홍종덕(59)씨는 “자출족들은 평소 25㎞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데 오늘은 초보자가 많아 속도가 16㎞ 정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에 도착할 때까지 서행하는 자출족에게 경적을 울린 차량은 단 한 대였다. 회사원 박상돈(51)씨는 “혼자 자전거를 탈 때는 안전이 제일 걱정이었는데 그룹으로 가니 차들이 대열을 알아보고 양보를 잘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동대문구 고산자교로 접어들자 바닥에 하얀 선으로 표시된 자전거 전용차로가 나타났다. 마음이 놓였다. 15분을 더 달려 서울광장에 도착하니 등에 땀이 맺혔다. 중간 정류장에서 2명의 시민이 빠져나가 도착한 자전거는 모두 17대였다. 도착 시각은 예정보다 20분 늦은 오전 8시40분이었다. 신호에 많이 걸렸고 초보자들이 참여하면서 시간이 지체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자전거시민패트롤 회원인 김홍수(52)씨는 “그룹형 자전거 출근은 12명 정도가 적정하다”며 “출근 시간에 자출족이 몰릴 경우 이를 적절히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임동욱 서울시 보행자전거과장은 “시범운행의 목적 중 하나가 자전거가 차로로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며 “자전거를 함께 타는 적절한 인원을 정하고 도로의 맨 오른쪽 차로를 자전거 우선 차로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글=위성욱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그룹형 자전거 출근제=자전거 이용자들이 약속된 장소와 시간에 모여 함께 대열을 지어 출근하는 제도. 노선을 정해 정거장을 설치하고 자전거 대열이 통과하는 시간을 안내한다. 버스처럼 정거장마다 새로운 자전거 이용자가 합류한다고 해서 ‘자전거 버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