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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일군 ‘아름다운 동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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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

마이크로소프트·애플·트위터·야후·구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미국에 뿌리를 둔 정보기술(IT)산업 관련 기업이라는 점 외에도 모두 동업으로 일궈냈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동업하면 망한다’며 동업을 만류하는 분위기가 많다. 지금도 친구나 친척 간에 동업을 한다고 하면 걱정부터 하는 이가 많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힘을 합쳐 일하겠다고 의기투합해도 걱정부터 하는 셈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직후 벤처기업 붐이 일 때에도 수많은 동업자가 줄줄이 도산했던 경험도 있다. 돈이 있는 전주(錢主)와 기술을 가진 전문가가 사업을 시작해도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두 사람 중 한쪽이 슬그머니 손을 놓았기 때문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려고 결합했지만 각자 제 갈 길을 가거나,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내쫓는 사례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소액투자자만 투자원금을 날렸다.

 하지만 미국의 유명 IT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동업 사례와는 분명 다르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마이크로소프트),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애플), 에번 윌리엄스와 비즈 스톤(트위터)은 성공의 대명사처럼 통하는 이름들이다. 이들이라고 우여곡절이나 갈등이 없었을까. 이를 극복해 낸 동업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성공한 동업자인 이들은 뚜렷한 목적의식을 공유했다.

 단순히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만으로 회사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사업을 통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성공을 향한 분명한 목표를 동업자끼리 공유했다. 성공을 위해 자신이 가지지 못한 상대방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구했고, 그 능력에 대한 인정과 신뢰도 단단했다.

 명확한 업무분장도 특징이다. 각자가 맡은 분야와 이익배분에 대한 철저한 계약이 전제가 된 것은 물론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식의 적당주의는 이들에겐 없었다.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구분돼 있으니 싸울 일도 적었다. 어느 한쪽이 영업을 맡으면 다른 이는 기술개발을 맡았다. 그렇지만 일을 할 때는 자신이 맡은 분야의 진행사항을 상대방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정보를 공유했다.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해 동업자 간 오해가 생길 소지를 미리 막은 것이다. 상대방이 맡은 분야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 상호보완적인 협력도 가능했다.

 개성이 강한 동업자끼리 일을 하다 보니 고성이 오갈 만큼 격론을 벌이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무작정 쉬쉬하며 갈등을 덮어놓으려는 우리 정서보다 후회 없을 만큼 충분히 싸우는 것 역시 어찌 보면 성공의 비결일 수 있다. 물론 충분한 의견 교환 뒤에는 논쟁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기본으로 갖췄다. ‘두고 보자’ 식의 앙금은 남기지 않았다.

 사업의 이익을 나누는 분배의 과정 역시 우리와는 달랐다. 돈이 걸린 문제인 만큼 다툼의 여지도 많지만 이들은 동업자를 배려했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주식을 나눠 갖고 더 큰 비전을 이루기 위해 협력했다. ‘열풍’ 수준이던 벤처기업 바람이 사그라진 것도 결국 상장을 통해 얻은 투자금을 동업자끼리 경쟁하듯 흥청망청해댔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성과물인 ‘부(富)’보다는 사업체의 발전에 더 주목했다.

 어찌 보면 21세기는 능력 있는 사업자 한 사람의 힘만으로 기업을 일구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대다. 아무리 똑똑해도 홀로 연구개발(R&D), 마케팅, 세일즈까지 해결하기엔 세상이 너무나 복잡하고 바빠졌다. 동업 상대방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명확한 업무분장과 허심탄회한 의사소통,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 분배에 대한 양보, 자신의 이익보다는 조직 자체의 성장 발전에 가치를 두는 정신을 갖춘 젊은이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동업이 많아져야 더 풍요롭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