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가쟁명:우수근]대북•대중 정책 이래도 계속 고수할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또 다시’ 방중하였다. 지난 20일,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을 방문한 그는 ‘무숙박’의 파격적인 강행군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 그의 방중은, 방중 목적이나 파격적 행보보다는 불과 8개월 여 만에 또다시 이뤄졌다는 방중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은둔의 지도자였던 김 위원장의 연이은 방중에 대한 민족주의 성향이 짙은 한 조선족 학자의 분석과, 남북에 대한 그의 한 마디는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먼저, 그는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북한의 경제난이 체면불사하고 중국으로 향하게 한 것 같다고 분석한다. 현 상태로는,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내부 봉기가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북한임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은, 여러 가지 ‘못마땅한’ 중국이지만, “너희가 요구하는 중국식 개혁개방도 더욱 고려할 테니, 일단 식량을 달라!”는 차원에서 이번 방중에 전격 나섰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북 양측에 대해서는 “모두 정상이 아닌 것 같다. 한 쪽은 줄곧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 넣고, 응할 수 없는 초대까지 하며 자극하질 않나. 다른 한쪽은 그럴수록 ‘너희가 아니라도 우리는 살 수 있다!’는 식으로, 보란 듯이 중국에 대한 의지만 가속하고 있으니, 이렇게 하여 우리 민족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남북의 극한 대립은 계속 중국에게만 어부지리를 가져다 주고 있지 않은가….”라는 쓴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의 이 말을 계기로, 다른 것은 차치하고 일단 현 시점에서의 남북 및 한중 그리고 북중 관계라는 ‘결과’를 한번 돌아보자. 먼저, 남북관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기 전에, 현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다음으로, 남북의 고착상태는 북한의 대중 종속현상의 심화만 가속시켰다. 북한이 “죽으면 죽었지 같은 민족인 남한에게도 모멸감을 당하진 않을 테다!”며 현정권의 대북 강경책이 심해질수록 중국 행에 더욱 적극 나선 결과인 것이다. 이 속에서 한중 관계 역시 바닥 모를 추락만 거듭했다. 우선, 한국의 경우, 대북 강경책과 관련하여 “손바닥을 마주 쳐주지 않는” 중국에 대한 섭섭함만 키워왔다. 중국 또한, 북한 관련 ‘복잡한’ 사정은 아랑곳 않고 “찌르기만 하는”, 설상가상으로 중국 자신들의 “목을 조르는” 편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염증만 더해 왔으니, 싸늘하기만 한 한중 관계는 바로 그 결과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외교는 ‘실리’를 토대로 ‘냉정’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우리 정부는, “중국이 북한이 좋아서 김 위원장을 적극 환대하는 것은 아니고, 북한 또한 중국이 믿고 의지할 만하여 자존심 구겨가며 자주 찾는 것은 아니다”는 점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외교의 본질임을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더 잃고 나서야 깨달을 것이며, 또 그 때의 수습은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이를 고려하더라도, 지금까지의 결과도 좋지 못했고, 또 앞으로도 더 좋지 못한 결과만 예상되는 현행과 같은 대북•대중 정책은, 즉각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우수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