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소리로 하나’ 합주단 “우리도 서울광장서 공연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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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소리로 하나 합주단이 지난달 23일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강당에서 화음을 맞추고 있다. 오른쪽부터 단원 허지연(클래식기타·21), 첼로 지도교사 임민선, 단원 정성윤(첼로·14), 클라리넷 지도교사 유성제, 단원 이예슬(클라리넷·16). [성북구청 제공]


지난달 23일 서울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강당에선 영화 ‘시네마 천국’의 주제가가 울려 퍼졌다. 피아노를 치는 유지민(9·서울맹학교 2)양은 시각장애로 악보를 읽지 못하지만 절대 음감을 지녔다. 곡을 듣고 본능적으로 음을 잡아내 피아노로 옮길 수 있다. 지민양은 이 곡을 편곡한 이유진(23·한양대 작곡과 4)씨가 불러주는 지적사항을 유심히 들은 후 연주로 옮겼다.

 이곳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시각장애인과 일반 청소년이 함께 참여하는 ‘소리로 하나’ 합주단 단원이다. 지민양과 같은 시각장애 청소년 7명과 일반 청소년 6명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냈다. 지민양의 연주가 갑자기 빨라져 화음이 흐트러졌지만 단원은 조용히 기다려줬다. 지민이가 리듬을 이해할 때까지 연습은 반복됐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의 바이올린 독주를 맡은 염동한(12·돈암초 5)군이 몇 번이나 들어갈 박자를 놓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연습은 더뎠지만 서로 격려하며 천천히 합주를 완성해갔다.

 ‘소리로 하나’는 장애 여부를 떠나 지역 청소년들이 함께 곡을 연주하며 벽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2009년 만들어진 성북구립 합주단이다. 이들은 오는 14일 저녁 서울광장 무대에 서기 위해 매주 월요일 모여 맹연습을 하고 있다. 창단 이후 가장 큰 무대에 서는 것이라 벌써 긴장된 눈치였다. 동한군은 “떨리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합주단을 지도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배진희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함께 모여 연주를 한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단원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서울광장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저녁(오후 7시30분)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 무대’엔 ‘소리로 하나’와 같은 아마추어 공연팀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15억원이던 행사 예산이 4억5000만원으로 깎이면서 전문 공연단보다는 무대에 목마른 아마추어 공연팀이 뛸 기회가 늘어난 것이다.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 무대는 9월까지 계속된다. 안승일 서울시 문화관광기획관은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공연팀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광장 무대에 서길 원하는 팀은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 홈페이지(www.casp.or.kr)에 신청을 하면 된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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