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회적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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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 주민의 한지공예품 ‘어떠한지’

이제 사회적 기업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양천구에는 북한이탈 주민이 만든 한지공예품을 판매하는 ‘어떠한지’와 재활용품을 기증·판매하는 ‘굿윌’이 있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양천구청의 ‘예비사회적 기업 발굴 사업’을 통해 선정된 기업들이다.

‘어떠한지’는 작년 10월 양천구청 예비 사회적 기업 공모에서 뽑힌 후 11월에 양천구 예비 사회적 기업 1호점으로 지정됐다. 북한이탈 주민 출신인 이영희(52·강서구 방화동)대표를 중심으로 북한이탈 주민 1명과 양천구민 1명으로 구성된 소박한 기업이다.

‘어떠한지’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양천지역자활센터에서 한지공예로 자활근로사업을 하던 사업단”이었다는 게 양천지역자활센터 하소영 팀장의 설명이다. 그러다 작년 7월,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센터에서 독립해 창업을 하게 된 것. ‘어떠한지’라는 이름 역시 창업을 하며 새로 지었다. 대개 듣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두 번씩이나 이름을 확인하게 만드는 독특하고 기발한 점 때문에 다른 후보 이름를 제치고 직원 3명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올해 들어서는 직원 한 명을 더 뽑아 가족이 3명에서 4명이 됐다. 작년 11월 양천구 예비 사회적기업 1호점으로 선정되면서 인력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 이 대표는 “신제품 개발과 디자인 보완을 위해 디자이너를 채용했다”고 말했다. 3년에 걸쳐 한지공예를 해온 직원들이라 손기술과 재주는 좋지만, 디자인 만큼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떠한지’에서 만든 한지공예품은 목동의 백화점 행복한세상의 자활우수상품 매장인 굿스굿스에 입점된다. 주력 제품은 한지공예를 이용한 조명이다. “현재 나오는 여러 한지공예품에 비해 더욱 특화된 디자인을 만드는게 과제”라는 이 대표는 “‘어떠한지’의 특색을 살려 이름난 지역 브랜드로 부상시키는 한편 직원들 급여 수준을 올려주고 새로운 취약계층에 일자리도 제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 쓰는 것 기증하고, 필요한 것 싸게 사는 ‘굿윌’

‘굿윌’은 기업이나 개인들로부터 재활용품을 기증받아 판매하는 곳이다. 132㎡(약 40평)규모의 굿윌 매장(양천구 신정동 987-2)에는 기업이나 개인이 기증한 옷가지와 그릇·책·신발·가구 등 다양한 생활 잡화가 진열돼 있다. 이곳 역시 작년 11월 양천구의 예비 사회적기업 2호점으로 선정된 곳이다.

신정동 매장은 본래 목동아파트 13단지 세신교회에서 운영하던 것을 확대한 것이다. “원래 굿윌은 교회에서 시작한 사업이었다”는 게 굿윌 유영균(49·양천구 목동)대표의 설명이다. 1902년 미국보스턴의 한 교회에서 시작된 비영리단체다. 유 대표는 또 “박원순 변호사가 ‘아름다운 가게’를 창업하기 전 여러 나라의 사회적 기업을 둘러본 것으로 안다. 당시 그가 미국 굿윌에서 교육을 받았을 정도로, 굿윌은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인 위주로 기증과 판매가 되다보니 일반인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졌다. 유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매장을 따로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장에는 개인 외에도 기업에서 기증한 옷가지들도 있다. 유 대표는 기업기증에 관련된 일을 도맡고 있다. 한때 이랜드 근무 시 패션 매장을 3년 운영했고, 서울대 패션산업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한 후 4년째 패션기업 컨설팅을 해온 점 등이 기반이 되고 있다. “기증은 얼굴 장사라 할 수 있어요. 패션기업 컨설팅을 하면서 도움을 드린 분들을 다시 찾아가 부탁드리곤 했죠(웃음).” 매장에서 팔리는 제품들은 싸게는 500원 짜리 티셔츠부터 비싸게는 1만~2만원 하는 가구까지 다양하다.

유 대표는 굿윌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기회”라고 설명한다. 현재 매장 직원은 매장 운영을 맡은 매니저 1명과 지체장애인 4급 직원 1명, 청년실업가 1명 등이다. 유 대표는 “앞으로도 매장 확대를 통해 소외계층 일자리를 늘리고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훈련센터도 구축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양천구 사회적 기업 3차 공모

양천구는 작년에 이어 지역 사회적 기업을 발굴, 육성하기 위한 공모사업을 20일까지 진행한다. 모집 분야는 사회복지(노인·장애인·자활), 보건보육(보건·의료·보육), 문화교육(공연·문화기획·문화사업·문화예술교육·평생교육·현장학습)과 기타 재활용·교통·집수리·유기농 식품·IT 등이다. 양천구청 홈페이지(www.yangcheon.go.kr)를 통해 신청서류를 내면 된다. 양천구를 통해 지정된 예비 사회적 기업은 한지공예품을 생산하는㈜어떠한지와 재활용품을 수거 판매하는 ㈜굿윌사업단, 장애인 고령자를 고용 쇼핑백을 임가공하는 ㈜행복한가게 성한 등 3곳이 있다.

▶ 문의=02-2620-4624

[사진설명] ‘굿윌’은 재활용품을 기증받아 판매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사진은 굿윌의 유영균 대표와 오종순 매니저, 직원 김동현·김지현씨 등이다.(왼쪽부터)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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