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한은 섣불리 모험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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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량광례(梁光烈·양광열)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안보회의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은 북한에 섣불리 (군사적) 모험을 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량 부장은 또 “북한과 관련해 우리가 하고 있는 작업은 외부 세계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역내 안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여 북한의 도발이 역내 안정을 해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북한의 정치적·군사적 후견인 역할을 해온 중국의 군사 책임자가 국제회의에서 북한의 도발 자제를 공개 촉구한 것이다. 매우 이례적이다.

 량 부장의 발언은 북한이 최근 공공연히 대남 공격을 위협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북한은 우리 일부 예비군의 ‘김정일 표적지’ 사용 소식이 알려지자 남북 정상회담 비밀접촉 사실을 폭로하고 “전면적인 군사적 보복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특히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사진 표적지’ 사용 사실을 내부에 공개해 주민들이 직접 대남 비난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다. 북한이 군사 도발을 준비한다는 직접적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도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의 도발은 대부분 우리가 예상치 못한 것이었음을 생각해야 한다.

 최근 수년간의 북한 대남 행보는 대남 군사 도발과 대화 시도 사이를 빈번하게 오가고 있다. 어떻게든 정부의 대북 정책을 흔들어 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도들은 원칙을 강조하는 정부의 강경 입장에 번번이 무산돼 왔다. 문제는 갈수록 북한의 대남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강산 관광객 사살 사건과 개성공단 근로자 억류로도 효과를 보지 못하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진 것이다. 북한이 새롭게 도발한다면 한층 강도 높은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국방부장의 공개 발언은 이런 위험성을 감지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특히 내년에 미국과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점을 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북한 문제가 선거에서 주요 쟁점이 되도록 만들려는 의도다.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의 현 대북정책 기조가 잘못됐다는 인식을 촉발하고 논란을 확산시킬 일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우라늄 핵폭탄 실험과 서해 5도 일부 점령 시도 등을 예상할 수 있다. 최근 대남 위협을 고조시키는 움직임은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1차 당사자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량 국방부장의 발언은 평가할 만하다. 여기에 한·미 양국의 군사적·외교적 대비도 한층 강화돼야 한다. 대북 군사 정보 수집 활동을 확대하고 특별 군사훈련도 검토해야 한다. 양국의 고위 군사·외교 관계자들의 경고 발언도 필요하다. 불장난 잘못하다간 파멸할 수 있음을 상기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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