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코리아? 이제는 ‘바이오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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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녹십자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IVIG SN)’이라는 주사제의 임상 3상 시험 허가를 받았다. 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이 약은 수술 환자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작용을 하는 것. 임상시험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3상이 마지막 단계로, 가장 많은 수의 환자를 테스트한다. 3상을 통과하면 바로 출시할 수 있다. 녹십자 김영호 해외사업본부장(전무)은 “아이비글로불린은 미국 외 전 세계 15개국에서 이미 임상을 마쳤다”며 “미국에서도 임상 시험을 통과해 곧 수출길이 열릴 것으로 보고 생산시설 증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녹십자는 지난해 12월 미국 내 최대 바이오의약품 공급 전문기업인 ASD헬스케어와 아이비글로불린 등에 대해 3년간 총 4억8000만 달러(약 54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도 맺었다. 임상시험 최종 통과가 유력하다고 보고 ASD헬스케어가 입도선매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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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케이바이오는 ‘암 백신’이라고도 불리는 면역세포 치료제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는 6일 일본의 동종 업체 메디넷에 면역세포 대량생산(배양) 기술을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기술이전료로 일단 1억8000만 엔(약 24억원)을 받고, 향후 10년간 매년 관련 매출액의 4%를 추가로 받는다는 조건이다. 윤병규 엔케이바이오 대표는 “국내에서는 면역세포치료제가 암 치료에 주로 쓰이지만 일본에서는 암 예방과 노화방지용으로도 쓰인다”며 “이번 계약으로 한국보다 훨씬 큰 일본 시장에 진입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엔케이바이오는 6일 일본 메디넷에 면역세포 치료제 생산기술을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국내 바이오제약사와 바이오 벤처들이 개발한 토종 바이오의약품과 관련 기술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곳곳에서 임상 시험이 속도를 내고, 기술 수출이 성사되고 있는 것. 2000년대 들어 등장한 바이오벤처들이 10년 가까이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은 것이 이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바이오의약품은 화학 물질로 만드는 기존의 의약품과 달리 단백질·DNA 등을 재료로 한다. 비싸지만 부작용이 별로 없어 미래 신약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1호 유전자치료제 벤처기업인 바이로메드는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중국에서 항암치료 보조제인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 등의 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 이 회사 김용수 대표는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에 대해 중국과의 판권 수출 계약도 성사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란 특허 바이오의약품을 본떠 만든 단백질 복제약을 일컫는다. 셀트리온은 유방암과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두 종류를 만들어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 올해 말 임상을 마치고 내년 초 전 세계에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차바이오앤은 세계 최초의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 기업이 되기 위해 뛰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것은 눈의 망막 세포가 망가져 시력을 잃는 병의 치료제.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를 누가 먼저 상용화하느냐를 놓고 미국의 바이오기업 제론과 경쟁하고 있다. 제론이 배아줄기세포를 갖고 개발한 것은 척수손상 치료제다. 두 회사는 지난해 말 비슷한 시기에 미국 FDA의 임상시험 허가를 얻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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