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 김 대사 내정자를 둘러싼 두 시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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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호 02면

한국계 미국인 성 김(51·한국이름 김성용) 6자회담 특사가 주한 미국대사에 내정됐다. 한국 정부가 동의하고 미 상원이 인준 절차를 끝내면 성 김 내정자는 8월께 서울에 부임할 전망이다. 한·미 수교 129년 만에 한국계 주한 미 대사가 탄생하는 순간을 앞둔 셈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성 김 내정자로선 ‘아메리칸 드림’의 순간이 될 것이다.

성 김 내정자가 대사로 활약하게 될 한반도에는 내년부터 격동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한국은 4월엔 총선, 12월엔 대선이 예정돼 있다. 권력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냐에 따라 한·미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환경은 미묘하게 달라질 것이다. 핵 개발로 생존을 꾀하는 북한은 내년을 ‘강성대국으로 들어가는 해’로 규정하고 있다. 대남 교란과 도발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도 동선(動線)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중국·러시아 역시 선거와 권력 교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다. 중국에선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시작된다. 러시아도 내년 3월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대통령 자리를 되찾을 게 확실시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고심 끝에 ‘한국계 대사 카드’를 채택한 것도 이런 변수들을 두루 감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미 관계를 조율해 나갈 성 김 내정자의 역할은 크고 넓고 무겁다. 그는 주한 미 대사관 1등 서기관과 국무부 한국과장, 6자회담 수석대표 등으로 쌓아 온 실력과 인맥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관련 업무를 하면서 점잖지만 뚝심 있는 면모를 보여 줬기 때문이다. 서울 외교가에서도 “한·미 동맹 발전에 긍정적인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피스코(미국 대학생 자원봉사단) 출신인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가 유창한 한국어와 ‘이웃집 아줌마’ 이미지로 민심을 얻어 놓은 것도 후임자에겐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러나 좌파 진영에선 성 김 내정자의 부친과 관련한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부친이 1970년대 중반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김대중(DJ) 납치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이민이 ‘망명 방식’이라는 점도 거론한다. 당시 10대 초반이던 그에게 부친의 행적을 따지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런 논란 자체가 한·미 관계 발전에 부담을 줘선 곤란하다.

성 김 내정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부임한 21명의 대사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한국계라는 강점을 내세우기에 앞서 시대 상황에 따라 미국과 주한 미 대사를 보는 한국인의 정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성 김에게 한국계에 걸맞은 새로운 대사 상(像)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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