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정부 때 캄보디아 사업,검찰, 당시 투자금 행방 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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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호 01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은행 2대 주주이자 해동건설 회장인 박형선(59·구속 중)씨를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해 집중수사 중인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광주일고 출신들이 중심이 돼 부산에서 은행을 개설했고, 노무현 정부 때 크게 성장해 이명박 정부 때 사고가 터지는 등 복잡한 양상이어서 수사가 쉽지 않다”며 “구속된 박형선씨가 전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저축 사태’ 핵으로 지목된 박형선씨

검찰은 특히 ▶박씨가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광주 지역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원했고 ▶노 대통령 당선 이후 박씨의 해동건설이 급성장했으며 ▶2003년 박씨가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부산저축은행이 적극적인 투자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에 4965억원을 투자해 공항·신도시 개발사업을 벌이는 과정도 박씨가 주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의 해동건설은 2009년 캄보디아 현지에 해동엔지니어링&건설을 설립했다. 검찰은 이 회사가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 개발사업 등을 위해 설립한 9개 특수목적법인(SPC)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9개 SPC의 실질적 소유자가 박씨라는 의혹이 제기돼 확인 중”이라며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에서 사업에 참여하게 된 전체 과정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검찰은 수사검사들을 캄보디아에 파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에 투자한 자금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돼 정치인들에게 제공되거나 미국 등 해외로 흘러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신공항도시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NSRIA의 이태환 대표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우리 쪽에 투자한 9개 SPC가 모두 부산저축은행에 의해 운영됐다는 사실은 검찰 수사 이후 알게 됐다”고 말했다.한편 정치권은 해동건설과 부산저축은행의 급성장 과정에 과거 정권의 묵인과 비호가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박형선씨 등 구속된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이 대부분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과거 정권 인사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현 정권 관련 인사들의 비리만 선별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구속된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3대 후원자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산저축은행과 해동건설이 캄보디아에서 신도시 건설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2006년 11월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가 캄보디아에 국빈 방문을 한 게 계기가 된 것으로 안다”며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박형선 회장도 캄보디아에 갔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박형선씨와 광주일고 동문인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캄보디아를 방문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방문하기 한 달 전인 2006년 10월 캄보디아에서 ‘신공항 및 주변지 개발사업 기본계획’이 수립됐다”며 “박형선씨와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벌이는 데 있어 당시 청와대가 도움을 준 것이 아닌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3월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 행자위원 7명이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도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인 박형선·김양씨가 캄보디아에 체류하며 방문 의원단을 영접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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