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골프 다이어리 <19> 골프 클럽 집어 던지기, 아무나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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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지독한 슬럼프다. 최근 몇 라운드 연속 스코어는 최악이었다. 특히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또 그래야 했던 존경하는 분과의 라운드에서도 형편없는 샷을 해 더 화가 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머리가 뜨거운 열로 부글부글 끓었다. 그래서 책장 깊숙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꽂아 놨던 먼지 쌓인 책을 꺼냈다. 골프 코스에서 생긴 마음에 응어리를 풀어주는 비서(秘書), 『골프 클럽을 집어 던지는 방법』이다.

저자 톰 캐리는 클럽 던지기도 고도의 기술이라고 가르친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칼로리를 태우고, 근육을 만들어주고, 근처에 있는 골퍼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도록 만든다는 거다. 스윙할 때처럼 골프 클럽을 던질 때도 기본이 있고 어드레스부터 제대로, 나쁜 습관이 들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배워야 좋다고도 한다. 오버핸드가 아니라 사이드암으로 던지면 샤프트가 잘 부러지지 않는다는 노하우도 소개했다. 지붕에 던지기, 고목 자르기, 물수제비 뜨기, 헬리콥터 던지기, 창던지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최근 뜨는 것은 두 손 투척법이다. 해머 던지기와 비슷한데 장타 선호 추세 때문에 인기가 높아졌다고 한다. 클럽을 지면과 평행하게 두 손으로 잡는다. 어깨 턴을 최대한 하고 포워드스윙은 타깃 쪽에 있는 발(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쪽)이 먼저 움직이면서 어깨가 따라가야 한다. 릴리스에서 무리하게 오른손을 쓰면 좋지 않다. 눈을 감지 않고 눈 높이에서 릴리스해야 정확한 궤도와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다. 던질 때 “이 따위 것, 날아가 버려!”라고 말하면 클럽의 비행은 물론 기분에 도움이 된다. 고난도의 투척이기 때문에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슬램덩크도 있다. 이것은 뒤땅을 세게 칠 때처럼 관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두 팔을 쭉 편 상태에서 손으로 머리 위로 클럽을 치켜든다. 도끼로 장작을 패듯 내리치는데 약간 점프하면서 임팩트해야 체중을 모두 클럽에 실을 수 있다. 임팩트까지 팔꿈치 각도를 유지하면서 다운스윙한다. 제대로만 한다면 클럽 헤드는 땅에 멋지게 박히거나 샤프트가 산산이 부서진다.

벙커에서의 투척도 있다. 샌드웨지를 들고 평소보다 스탠스를 넓게 선다. 양발과 골반, 무릎, 어깨는 타깃의 왼쪽을 향하게 정렬한다. 하체를 단단히 고정한 상태에서 평소처럼 백스윙을 한다. 포워드스윙할 때 타깃 쪽으로 두세 발 걸으면서 릴리스는 손목 스냅을 이용해 채준다. 샌드웨지는 떨어지는 곳에 깊이 박힐 것이다. 물론 벙커에서 클럽 던지기는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적당한 클럽을 선택하고, 연습을 적당히 하면 페어웨이 가운데로 일관되고 안전하게 던질 수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어깨 넘어 뒤로 던지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에만 해야 한다. 클럽 던지기에선 앞으로 던지는 것이 금과옥조 중 하나다. 정확한 시야를 확보하고 클럽이 날아가는 것을 잘 볼 수 있으며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혈질로 클럽 던지기의 대가인 프로골퍼 토미 볼트는 “뒤로 던지면 클럽을 가지러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매우 비효율적이어서 반드시 앞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아무리 가벼운 클럽을 던지더라도 워밍업을 확실히 해야 허리와 근육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여성들도 물론 할 수 있는데 일부 여성은 완벽한 자세로 남자보다 클럽을 멀리 던져 남편을 무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내기 방법도 여러 가지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홀당 6점을 배정하는 것이다. 가장 클럽을 많이 던진 사람에게 2점, 가장 멀리 던진 사람에게 2점, 그린에서 홀에 가장 가깝게 던진 사람에게 2점을 준다.

책을 보고 키득거리면서 필드에서의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이런 기자를 너무 불경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골프 성지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옆에 있는 영국 골프 박물관에서 산 것이다. 골프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보비 존스도 “골프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골프 클럽을 손에 들고 있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폴 에이징어는 “컴퓨터 골프 게임을 즐기지 않는 이유는 클럽을 던져버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코스에서는 클럽을 던질 용기가 없다.

성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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