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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영화판의 송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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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트루맛쇼


정치·경제·사회·문화는 물론 종교·스포츠·연예계를 거쳐 하다못해 전철역 이름 짓는 것까지, 마치 일상처럼 느껴지는 ‘가처분신청’. 2000년 이후 영화계도 수많은 송사에 휘말렸다. 2일 개봉하는 ‘트루맛쇼’는 방송사와 힘겨루기 중이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영화계 주요 송사를 시대 순으로 알아본다.

김형석 영화 칼럼니스트

7 트루맛쇼 vs MBC 

맛집의 허위를 폭로하는 다큐 ‘트루맛쇼’에 방송사가 법적 제동을 걸었고, 감독은 “이런 상황 자체가 블랙 코미디”라며, 오히려 이런 이벤트로 홍보에 도움을 준 MBC의 김재철 사장에게 감사(!)의 코멘트를 전했다.

6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vs 김용 

가처분신청이 대부분 저작권 때문에 일어나긴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이채롭다. 할리우드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가 자신의 시나리오 ‘인간 한번만-죽을 때까지 한번도 못해본 남자’를 표절했다고 주장한 개그맨 김용. 신청은 기각됐고, 이후 배급사를 대상으로 1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도 냈지만 패소했다.

5 그때 그 사람들 vs 박지만 

궁정동 안가에서 심복인 김재규에 의해 목숨을 잃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그날 밤’을 그린 이 영화는 장례식 장면을 담은 기록 필름으로 시작한다. 이에 유족인 박지만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신청은 기각하되 상영하려면 일부 장면을 삭제해야 한다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했다. 결국 영화는 삭제된 3분50초를 검은 화면으로 처리했다. 이후 긴 소송은 3년 만에 마무리됐다.

4 실미도 vs 유족 

시대의 아픔을 다룬 ‘실미도’. 하지만 ‘684부대’ 유족들은 허위 사실이고 명예훼손이라며 가처분신청 및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법원은 영화의 진정성을 인정해 기각했고, 이후 ‘1000만 관객’이 영화를 봤다.

3 장미여관 vs 마광수 

‘야한 여자’ 신드롬을 일으켰던 마광수 교수는 90년 ‘가자! 장미여관으로’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연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화사는 촬영 도중 일방적으로 감독을 바꾼다. 이유는 영화 내용이 “변태적인 포르노”였기 때문. 이에 마 교수는 법에 호소했고 신청은 받아들여졌다. 그의 손을 떠난 영화는 ‘장미여관’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2 비구니 vs 비구니 

정치와 종교의 알력 관계 속에 휘말린 임권택 감독의 ‘비구니’는 동국대 비구니회에 의해 법정에 서야 했고, 84년 결국 제작 포기 상황까지 이르렀다. 전쟁 장면처럼 ‘돈 드는’ 부분은 모두 찍은 상태였기에 더욱 안타까운 일. 97년 박철수 감독의 ‘성철’은 촬영을 마치고도 성철스님문도회의 가처분신청으로 개봉하지 못했다.

1 무녀도 vs 김지미 

충무로 가처분신청의 본격적 시작인 1971년 ‘무녀도’ 사건. 우리가 현재 만나는 이 영화는 윤정희 주연이지만 원래 김지미가 타이틀롤을 맡을 예정이었다. 문제는 제작사가 일방적으로 주연을 바꿔버린 것. 이에 김지미는 가처분신청을 했고, 결국 촬영은 중지됐다. 윤정희는 영화인협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이후 제작사는 촬영 중지로 인한 손해를 물어 김지미를 고소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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