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최초 발견 서양인은 로마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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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이 콜럼버스보다 먼저 신대륙을 발견했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최근호에서 인류학자 로만 흐리스토프박사 등이 멕시코에서 발견된 유물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유럽인 중 로마인이 가장 먼저 신대륙을 밟았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는 1933년 멕시코시티 서쪽 65㎞에 있는 톨루카계곡에서 발견된 검은색 테라코타 유물. 이 테라코타는 수염 난 사람의 얼굴 부분으로 콜럼버스 이전 중남미에서 만들어진 다른 것과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흐리스토프박사는 이 두상(頭像)
의 제작연대를 알아보기 위해 목 부분에서 표본을 채취, 독일 막스플랑크물리학연구소에서 연대분석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이 테라코다는 1800년 전 불에 구워져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미술 전문가의 검토에서도 서기 2세기경 만들어진 로마 작품으로 밝혀졌다.

또 이 두상이 발견된 지역에 대한 재조사에서도 이 테라코타는 스페인이 중남미지역에 도착한 것보다 10년 이상 빠른 1510년 이전 것들만 발견되는 지층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흐리스토프박사는 이 두상이 스페인이 신대륙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유럽인(로마인)
이 아메라카대륙을 방문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명확한 증거로 믿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결론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

워싱턴 DC 국립자연사박물관 인류학자 베티 메저스는 '고대 에콰도르의 도자기와 일본 도자기에 똑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며 '고대인들간의 접촉이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가 없다'며 옹호하는 입작을 밝혔다.

그러나 일리노이대 고고학자 데이비드 그로브는 그 두상이 로마의 것이라는데는 동의하면서도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 두상이 로마 난파선에 실려 멕시코 해안으로 왔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메리카인과 로마인의 접촉증거는 될 수 없다'며 '유럽의 고대문화가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문화에 영향을 줬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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