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셋 중 한 명은 미혼 … 애 안 낳으니 노인 비중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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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른만 넘으면 노총각·노처녀 소리를 듣던 때가 있었다. 적어도 1990년대까지는 통하던 말이었다. 95년 30대 인구 미혼율은 9.1%에 불과했다. 30대라면 열에 아홉은 결혼을 했다는 얘기다. 지금은 어떨까. 30대 열에 셋은 결혼을 안 했다(미혼율 29.2%). 30대 남성 미혼율은 38%에 가깝다. 인구주택총조사 때마다 부각됐던 3고(高) 현상(고령화·고미혼율·고학력화)은 이번 조사에서도 어김없이 눈길을 끌었다.

 만혼(晩婚) 세태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건 2000년 들어서다. 2000년 30대 인구 미혼율은 13.4%로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이후엔 거침없이 올라갔다. 2005년에 21.6%로 올라서더니 5년 만에 다시 7.6%포인트 증가했다. 최근 10년 사이에 미혼율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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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율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만혼은 저출산 문제로, 저출산은 고령화 문제로 직결된다. 예전 같았으면 한창 아이를 낳아 기르던 30대가 결혼도 하지 않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노인 인구 비중만 늘어나는 것이다. 무조건 결혼만 하라고 할 수도 없다. 직업이 없으니 결혼을 못 한다. 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혼율이 높아지는 것은 청년실업 문제와 직결된다”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중 하나가 청년실업 해결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노동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악화일로인 고령화 추세는 농촌 지역이 더 심하다. 면 단위 지역에선 전체 인구의 중위 연령(가운데 나이)이 50.3세로 처음으로 50세를 넘었다. 농촌 인구를 나이순으로 줄 세우면 한가운데 선 사람의 나이가 쉰이 넘는다는 얘기다. 면 단위 인구 중 여성만 간추리면 가운데 나이는 53.7세로 더 올라간다.

 이렇게 노인 인구가 늘다 보니 인구 열에 넷이 65세가 넘는 군도 나왔다. 경북 군위군이다. 군 전체가 1만9794명인 군위군엔 65세 이상이 7805명이다. 고령인구 비율 39.4%, 역대 최고 수치다. 경북 의성군(38.5%)과 전남 고흥군(38.2%)이 뒤를 이었다. 반면 공업단지가 들어선 울산시 북구(5.3%)와 울산시 동구(5.4%)는 고령 인구가 100명 중 5명꼴에 그쳤다. 한국교원대 사회교육학과 김태헌 교수는 지금의 고령화 추이는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베이비붐 시대를 연 55년생이 65세가 되는 2020년부터는 그야말로 고령화 속도가 초스피드로 진행된다”며 “조만간 항아리형 인구 피라미드가 어깨 부분이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관(棺)형’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30세 이상 국민은 평균 11.4년을 공부했다. 평균적으로 고등학교 3학년까지는 공부한 것이다. 이 연령대는 셋에 한 명(32.4%)이 대학이나 대학원을 나왔다. 2005년보다 4.5%포인트 증가했다. 대신 조기입학을 시키는 엄마들은 줄었다. 만 6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비율은 19.7%. 2000년(31.3%)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줄었다. 이번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조사된 외국인은 59만 명으로 2005년(23만8000명)의 두 배가 넘는다. 통계청은 3개월 이상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97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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