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집념' 으로 병마 이긴 女경총 나혜령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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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총은 내 모든 것을 바친 곳입니다. 내게 맡겨진 임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나혜령(羅惠寧.51.사진)회장이 최근 병마를 극복하고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7월 뇌종양으로 쓰러진 뒤 병원에서 한 때 '6개월을 더 살기 힘들 것' 이란 진단까지 받았었다.

임기(2000년 12월)를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여경총은 지난달 13일 총회 때 羅회장을 이을 신임회장 선출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羅회장은 눈물겨운 투병끝에 일어섰다. 이제는 병원에 정기적으로 갈 필요도 없을 정도로 병이 나았다. 羅회장은 총회장에 나와 "남은 임기를 계속 맡겠다" 고 각오를 새롭게 밝혔다.

羅회장은 '살아야 한다' 는 집념으로 '기적' 을 만들었다. 세차례에 걸친 대수술 끝에 뇌종양이 완전히 제거됐다는 것.

羅회장은 최근 이틀에 한 번씩 서울 논현동 여경총 사무실에 들러 그동안 미뤄놓았던 일들을 처리하느라 분주하다. 지지부진했던 노동부 위탁사업인 서울 서초동 '일하는 여성의 집' 사업을 매듭짓고 15일 개소식을 갖는다.

여성경제계는 "羅회장의 인생 역정은 한편의 드라마" 라고 평한다. 그는 중류 가정의 6남매 중 맏딸로 태어났다.

대전에서 여고를 졸업한 후 대학 합격통지를 손에 쥐었지만 갑작스런 부친의 별세로 가세가 기울어 진학을 포기했다. 대신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1969년 MBC라디오 성우로 취직했다. 연극무대로 활동폭을 넓히던 그는 73년 석회석 재벌이었던 장자그룹의 맏아들 이정식 (李正植.54)씨와 결혼해 2남 1녀를 낳았다.

20년 동안 전형적인 재벌가의 며느리로 살아오던 羅회장은 94년 장자 그룹이 부도나면서 다시 한번 시련을 맞는다. 지병에 시달리던 남편을 대신해 회장직을 맡아 당시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던 수백억원에 이르는 금융권 담보를 천신만고 끝에 처리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이제는 생석회 가공과 판매를 하는 능전개발 하나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의 경영능력을 눈여겨 봤던 여성경제인들의 지원을 받아 97년 2월 여경총 2대 회장에 선임됐고 지난해 재선됐다.

올해 말로 회장 임기가 끝나는 그는 "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여성가장 재취업교육.여성경영인 인터넷 사업 등에 전력을 기울이겠다" 고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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