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 ‘뻥튀기 예산’ 부터 고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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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학 총장들이 여당의 ‘등록금 부담 완화’ 논의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어제 긴급 이사회에서 밝힌 입장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의 대학재정 확대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과 대학 스스로 적립금 활용, 대학재정 효율화 등 자구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은 방만한 운영을 하면서 등록금을 내리는 부담은 정부에 떠넘기는 것으로는 근본 해법을 찾기 어렵다. 가뜩이나 재원 마련이 어려운 마당에 국민의 동의를 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 스스로 낭비적 요소를 가려내 허리띠를 졸라매고, 등록금 자체를 낮추거나 장학금 지급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대학들은 ‘뻥튀기 예산’을 편성하면서 등록금을 해마다 올리고 있다는 지적부터 돌아봐야 한다. 상당수 대학이 예산을 짜면서 수입은 축소 편성하고 지출은 부풀려 매년 결산에서 수백억원대의 차액을 남기는 게 현실이다. 이러고도 등록금 산정 땐 예산만 근거로 삼아 등록금 인상을 합리화하기 일쑤다. 증빙서류 없이 교직원 업무추진비를 쓰는 등 교비를 부적절하게 유용하는 대학도 적잖다. 지난해 사립대 회계감사에서만 19곳이 적발됐다. 이를 막으려면 대학이 재정 운용을 합리적으로 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등록금을 낮추는 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의 적립금 운용도 수술이 필요하다. 전국 149개 4년제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은 7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46%가 건축 용도로 쓰이고 학생을 위한 장학 적립금은 8.6%에 불과하다. 등록금을 떼내 무분별하게 적립금을 쌓는 것도 문제지만 외형 키우기 용도 위주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다. 장학금 비중을 높여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수원대는 지난해 적립금 320억원 중 시설 개선비 80억원을 뺀 250억원을 장학기금으로 조성해 2학기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전북 전주비전대학은 아예 올해 2~3학년 등록금을 2.3% 인하했다. 수익사업과 인건비·경비 절감 등으로 보전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들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을 다른 대학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