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릴 약효 테스트, 5년 내 끝낼 원천기술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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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영덕 박사(左), 남좌민 교수(右)

한 개의 생체 세포에서 수십 가지 약물의 약효를 동시에 테스트하는 기술은 신약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에겐 오래된 꿈이다. 개발만 한다면 10년 넘게 걸리는 신약 후보물질 검색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학연구원 나노바이오융합연구센터 서영덕 박사와 서울대 화학부 남좌민 교수팀이 그런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살아있는 세포 안에 집어넣은 뒤 레이저 빛을 쪼이면 밝은 빛을 내뿜는 극도로 작은 공[球] 모양 입자(지름 40나노m, 1나노m는 10억분의 1m)를 금으로 만들었다. 반사돼 나오는 빛을 분석할 수 있는 기기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인터넷판에 30일 발표됐다. 이에 따라 빛을 쪼인 뒤 산란되는 형태를 분석해 약물의 종류와 양을 알아내는 ‘라만 분광학’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금으로 나노 크기의 작은 공을 만든 뒤 DNA 조각을 마치 스프링처럼 공 표면에 박았다. 그리고 박아놓은 DNA 다른 쪽 끝에 다시 금으로 껍데기를 씌웠다. DNA 조각은 금과 금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들어온 빛을 증폭시켜 밝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만든 입자 표면에 수십 가지의 약물 분자를 붙여 특정 질환에 걸린 생체 세포에 집어넣는다. 그런 다음 해당 세포에 레이저를 쪼이면 금 공 입자에서 증폭된 밝은 빛이 반사돼 나온다. 이 빛을 분석하면 어떤 약물이 질환 부분과 반응해 약효를 발휘하는지 알 수 있다.

 서 박사는 신약 후보물질을 검색할 때 이 기술을 적용하면 지금보다 최소 절반 이상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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