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천재지변도 책임져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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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관이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주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중 임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장관론을 본격 조명하는 ‘나는 장관이다’ 시리즈를 오늘부터 게재한다. ‘나는 가수다’에선 역시 노래 잘하는 게 가수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렇다면 장관은 무엇을 얼마나 잘해야 할까. 중앙일보가 노무현 정부와 현 정부의 ‘장관 직무가이드’를 처음으로 비교·분석했다. 정권 따라 기대되는 역할도 달랐다.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천재지변도 책임져야 한다. 밤잠을 자지 않고 일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다 만나봐야 한다. 부처에 관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안 된다….”

 정부가 발간한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한 장관 직무 가이드’에 묘사된 장관에 대한 국민의 기대다. 국민이 장관에 대해 가히 ‘수퍼맨’에 가까운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장관 직무 가이드도 “국민의 이런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음은 당연하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장관의 역할과 자질, 업무 전략 등을 읽다 보면 결론은 같다. 성공하는 장관이 되려면 수퍼맨 수준의 역량과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관 가이드에서 가장 강조하는 자질 중 하나가 도덕성이다. 병역 비리나 부동산 투기, 탈세 같은 윤리적 문제로 후보 단계나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낙마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한다. ‘윤리도 자산’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특히 임용 뒤 3~6개월 사이에 친인척에 대한 관리에 신경을 쓰라고 조언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인척에게 접촉해 이권이나 청탁을 부탁하는 이들이 는다”는 것이다. 성공한 장관이 되려면 이해 관계가 있는 사기업에 취업하거나 재임 중 알게 된 정보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장관직에서 물러서는 순간 모든 정보를 책상 위에 그대로 두고 물러나라”는 것이 직무 가이드의 조언이다.

정치력도 필요조건으로 꼽았다. “장관은 고도의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를 이해하고 정책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당이나 정치인·이해관계자 등을 만나 교류하며 정치적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특히 의회에 대해서는 “요즘은 여당이 무조건 정부 편이 아니며 더 비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꾸준하고 성실히 설득하라”고 조언한다.

 언론과의 관계도 다뤘다. 언론에 대해선 “껄끄러운 상대”라고 표현한다. “보도되지 않았으면 하는 사항까지도 시시콜콜 보도”되며 언론이 “정책 곳곳에서 허점과 오류 및 논란거리를 찾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홍보에 가장 좋은 도구이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오보에 대해선 침착하게 정확한 정책 내용과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를 구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등의 조언도 건넸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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