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설(世說)

평창 vs 뮌헨, IOC 정치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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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함영준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부위원장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2018 겨울올림픽 후보도시에 대한 IOC 브리핑 이후 국민들 사이에선 ‘평창 유치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 열정, 정부의 적극적 후원, 삼세번 도전, 30분 거리 내 콤팩트한 시설들, 게다가 전통적으로 유럽과 북미 위주의 겨울스포츠를 아시아로 확산시키자는 ‘새로운 지평선(New Horizons)’ 명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겨울올림픽의 꽃인 김연아의 등장이나 한국 겨울스포츠의 괄목할 만한 발전도 긍정적 요소다.

 그러나 이런 객관적 평가나 여론이 바로 올림픽 유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도리어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았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2014 소치 겨울올림픽 결정전 때도 우리 평창은 일찌감치 선두주자로 지목되었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2012년 여름올림픽 개최전이 한창이던 2005년 당초 파리가 선두로 꼽혔다. 그러나 런던이 승리했다. 2016년의 경우 미국은 이겼다고 보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행사장에 불렀으나 행운은 브라질 리우한테로 돌아갔다.

이것이 바로 ‘IOC 정치학’이다. 110명이 넘는 IOC 위원들의 표심에는 각자 자신들의 이해·친소(親疎)관계가 크게 작용한다. 특히 유럽 IOC 위원들은 정부와도 무관한 독립적 행보를 보인다. 그 때문에 6년 전 파리를 제치고 승리한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인 세바스찬 코우는 2018 겨울올림픽과 관련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후의 일분일초까지 로비를 계속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지난해까지 선두주자는 뮌헨이었다. 1972년 여름올림픽 개최지이자 유서 깊은 유럽의 문화·관광도시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달라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막판 뒤집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뮌헨의 가장 큰 힘은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토마스 바흐(IOC 부위원장)다. 1976 몬트리올올림픽 금메달리스트(펜싱)인 바흐는 2013년 차기 IOC 위원장 1순위다. 리더십·신망·영향력에서 탁월하다. 많은 IOC 위원들이 수십 년 지기다. 그가 “나를 봐서 이번 한 번만 도와달라”며 막판에 두세 명만 포섭해도 전세는 역전될 수 있다.

 지금은 초박빙의 상황이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건너야 하는 형국이다. 깨질 것을 두려워해서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그러나 라이벌 도시나 언론에 꼬투리를 잡히거나 ‘오버’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을 자극하는 불필요한 움직임은 절대 피해야 한다. 유치위를 중심으로 더욱 똘똘 뭉쳐야 한다.

함영준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