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너레이션] 유니텔 스타크대회우승 강남공고 김정민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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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게임에 열중한 탓인지 아직 잠이 덜 깬 흐릿한 눈매와 갸름한 얼굴.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눈을 덮자 그대로 꿈의 나라로 빠져들 듯한 표정이다.

"내일 게임이 있어 밤늦게까지 연습했거든요. 요즘은 게임 구상하고 연습하느라 잠이 부족해요" 한마디 할 때마다 수줍어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앳된 모습이지만 온라인 게임 얘기만 나오면 거칠 것 없이 자기 주장을 편다.

김정민(金正民) . 강남공고 2학년. 18세. 이 간단한 이력이 최근 국내 게임매니어들에게 새롭게 알려졌다. 지난달 열린 유니텔 주최 ''스타크래프트 마스터스 2000 대회'' 에서 4만명의 참가자를 제치고 우승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제왕으로 알려진 이기석씨도 참가한 대회라 열기가 뜨거웠는데 제가 운이 좋았죠. 이기석씨는 예선에서 떨어졌어요" 그는 예선에서 60승10패의 기록으로 1백28강 본선에 오른 뒤 단 한번도 안지고 우승을 차지했다.

"어른들은 공부는 않고 게임만 한다고 탐탁치 않게 여기지만 저희 생각은 다릅니다. 어느 분야에서건 최선을 다해 전문영역을 구축한다면 공부 못지않게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1학년때. 아버지를 졸라 마련한 펜티엄컴퓨터는 그를 새로운 세상으로 끌어들였다. 워드프로세서 등 각종 프로그램을 익혔고, 고교 입학 뒤에는 ''커맨드앤컨커'' ''디아블로'' 등의 게임에 빠졌다.

"스타크래프트는 지난해 초부터 배웠어요. 재미도 있고 시간을 쏟은 게 아까워 지난해 두 번의 대회에 출전했다가 탈락했고 이번에 결실을 맺었습니다"

처음에는 게임에 빠져드는 아들을 꾸짖던 부모도 이제는 "이왕 하려거든 제대로 하라" 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달중 프로게이머로 등록하는 일. 곧 소속사를 결정해 계약할 예정이다.

대학 진학도 올해 목표다. 현재 학교에서 CAD를 이용한 금형.설계를 공부하고 있지만 컴퓨터를 좀더 배우고 싶어 대학에 진학하기로 했다.

"상금으로 받은 1천만원을 부모님께 드렸다" 는 김군은 "올해는 게임과 공부를 병행,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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