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 관련 기술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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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가치 1백 5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태평양 심해저(클라리온.일명 C-C광구) 자원을 발굴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가속화 되고 있다.1989년 이 광구에 대한 본격 탐사가 이뤄진 이래 매장량 확인.채집차량.수송기 등 개발성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C-C광구에 대한 채광작업은 2010년대 초반으로 예상되고 있다.

◇ 정밀탐사

한국해양연구소가 주도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미국 지질조사소와 89년 공동탐사를 시작한 이래 91년 단독탐사를 거쳐 94년 유엔에 세계 7번째로 광구등록을 마쳤다.

이때 등록한 면적은 15만㎢로 남한의 1.5배가 넘는 광대한 지역이다. 해양연구소는 이중 국제해양법 등에 따라 2002년까지 절반을 유엔에 반납해야 한다.

해양연 심해저자원연구센터 김기현박사는 "97년과 99년 두차례에 걸쳐 4만5천㎢를 이미 반납했다" 며 "마지막 반납지역 선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 밝혔다.

같은 연구센터의 문재운박사는 "초기 반납지역 선정작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막바지에 이른 지금은 어느 지역을 선정해야 할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해양연은 이에 따라 탐사선인 온누리호를 올해부터 연간 3회(총 3개월 가량) C-C광구 해역에 출동시킬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매년 2차례 정도 현지에서 작업을 해왔다.

지금까지 조사에 따르면 C-C광구의 주요 부존자원은 망간 단괴(鍛塊) 로 여기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니켈과 망간.코발트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

망간 단괴는 심해저에 감자만한 크기로 분포돼 있지만 지역에 따라 경제적 가치도 차이가 있어 탐사팀은 반납지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들 주요 자원 매장량은 약 4억t이며 이중 50% 가량이 채광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제적 가치는 망간과 니켈이 각각 6백억달러, 코발트가 3백억달러로 모두 1천5백억달러(1백50조원) 대로 추산된다.

◇ 채집차량 개발

해양연구소 산하 선박해양공학분소가 개발을 맡고 있다. 광물 채집차량은 말이 차량이지 사실상 공장과 같은 것. 선박해양공학분소의 홍섭박사는 "수심 5천m의 해저는 사실상 미지의 영역" 이라며 "채집차량 개발은 우주선 개발에 비견될 만큼 새로운 영역" 이라고 말했다.

수심 5천m의 해저는 5백50~6백기압의 압력이 작용하는 곳. 이는 손바닥에 트럭을 올려놓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압력이다. 이같이 엄청난 압력, 게다가 육상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해저 지질 때문에 채집차량 개발은 난제중의 난제로 꼽히고 있다.

선박해양공학분소측은 기존의 소형 채집차량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무게 7t 규모의 채집차량 설계를 끝낸 상태다. 올해는 탱크의 바퀴(캐터필러) 와 유사한 주행수단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미 골격은 만들어진 상태. 연구팀은 이와 함께 심해저와 유사한 지질조건을 만들고 여기서 캐터필러의 톱니바퀴가 갖춰야할 힘 등의 조건을 실험하고 있다.

연구팀은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선 채집차량이 적어도 초속 1m 정도의 ''고속'' 으로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박사는 "심해저에서 채집차량이 받는 수압 등은 공기중의 1천배가 넘는다" 며 "푹푹 빠지는 심해저 뻘바닥에서 제 속도를 내는 방법을 찾고 있다" 고 말했다.

◇ 물위 선박으로 광물 수송

심해저의 광물을 물위로 부양한다고 해서 양광(揚鑛) 기술로 불린다. 한국자원연구소 양광시스템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이 연구소 윤치호박사는 "최근 30m급 양광시스템 설치를 위한 건물을 완공했다" 고 말했다.

여기서 30m란 수심 기준 30m를 의미하는 것. 윤박사는 "수심 5천m에서 감자 혹은 굵은 모래만한 광물들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며 "빠른 시일안에 서해안 등지에서 새 양광시스템을 테스트할 것" 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광물 채집에 따른 해양오염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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