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도 매니저 있어야 힘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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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하면 으레 영화배우.탤런트.가수 등 이른바 '톱 스타' 들이 연상된다. 그러나 매니저가 관리해야 하는 스타들의 대열에 이젠 만화가도 합류했다.

'만화가 매니저' 가 출판 만화계에서 자리를 잡아 가는 것과 함께 만화계의 풍속도도 바뀌고 있다. '골방' 이미지에 가깝던 만화방이 카페같은 세련된 분위기로 바뀌고, TV 드라마가 공공연히 표절을 일삼을 만큼 만화의 작품성도 높아졌다. 이와 함께 만화란 장르는 물론 만화가의 위상까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만화계에 전문 매니저 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불과 2년 전. 996년부터 만화잡지에 연재한 '언플러그드 보이' 와 '오디션' 등이 단행본으로 나오면서 대형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천계영씨가 98년 처음으로 전문 매니저를 쓰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일부 매니저가 있긴 했으나 친척들이 담당하는 수준이라 전문화된 단계는 아니었다.

현재 전문 매니저를 두고 있는 만화가는 10명 내외. 대부분 20대를 전후한 젊은 작가들이다.

작품 속 캐릭터와 함께 작가들까지 스타로 부상하면서 캐릭터의 상품화가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매니저 시스템도 절실해졌다.

천계영씨를 계기로 전문 만화가 매니저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데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먼저 만화 '언플러그드 보이' 나 '오디션' 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분명 순정만화인데도 기존의 순정만화 공식이 보이지 않는다. 가녀린 얼굴에 큰 눈이라든가 하늘거리는 긴 머리칼 등 정형화된 문법을 고집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파격적인 방식을 택했다. 우아한 드레스나 톰보이 스타일로 일관하던 순정만화에 처음으로 힙합 패션을 도입한 것이다.

게다가 옷선을 다소 과장되게 그려 만화의 비주얼한 매력을 과감하게 살리고 있다. 또 대사도 실제 10대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 작품에 대한 공감대를 넓혔다. 한마디로 기존의 순정만화와 차별화되는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러한 차별성은 곧장 시장 규모의 확대로 이어졌다. 독창적인 캐릭터라 팬시 상품화가 가능해진 것. '언플러그드 보이' 의 경우 캐릭터를 이용한 공책이 지난해 상반기에만 6백만권이 판매될 정도다. 문구류 외에도 배지 등 팬시 상품의 제작 붐이 일면서 부가 사업의 영역도 늘어났다.

자연스레 저작권이나 계약 문제, 일정 관리 등을 담당할 전문 매니저가 필요해진 것이다.

천계영씨의 매니저 김용관씨는 "천작가의 경우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제품의 규모만 1백억원대" 라며 "저작권을 가지고 투자할 경우 순이익의 50%, 저작권만으로도 순이익의 20~30% 정도 지분을 갖고 있다" 고 밝혔다.

순이익의 2~3%에 불과하던 작가의 지분이 전문 매니저의 등장과 함께 대폭 커진 것이다.

천씨의 뒤를 이어 '누들누드' 의 양영순, '힙합' 의 김수용, '야후' 의 윤태호 등 전문 매니저를 두는 작가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매니저가 담당하는 영역도 다양해졌다. 인터뷰 일정 관리나 계약 등 법적인 문제는 물론,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전담하고 있다.

사업 확장도 본격화하고 있다. 게임과 의류, 비디오 시장을 겨냥한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출판 만화 시장 규모가 우리의 15배 이상인 일본은 매니저 시스템이 보다 체계화돼 있다. 만화를 연재하는 각 잡지사의 담당 기자가 전문적인 매니저 업무까지 담당하며 각종 계약 문제 뿐 아니라 만화의 기획까지 맡을 정도다.

세종대 영상만화학과 한창완 교수는 "전문적인 매니저 시스템의 정착은 만화에 대한 부가 가치를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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