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은진수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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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 감사원장

양건 감사원장은 27일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했다. 감사원 과장급 이상 간부 전원(90여 명)이 별관 대회의실에 불려왔다. 이 회의는 비상상황에서만 열린다.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연루되면서 감사원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감사원 관계자들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최근 3년 동안에는 이 회의가 열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양 원장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정창영 사무총장에게 메시지를 대독하게 했다. 양 원장은 이날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했다고 한다. 감사원에선 “양 원장이 대단히 충격이 컸던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양 원장은 “외부로부터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내부 직원들이 확고한 태도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 시 지켜야 할 원칙들을 철저히 준수하고, 오해받을 일이 없도록 처신에 각별히 유의하라”고도 했다.

 그는 16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고강도 감찰활동’의 개시를 선언하며 “대통령 측근이든 누구든 문제가 생기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호언했었다. 그러나 결국 ‘등잔 밑이 어두웠던’ 모양새가 돼버렸다.

 감사원은 일단 은 전 위원과 저축은행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들은 “이번 일은 은 전 위원의 개인비리일 뿐이자 실패한 로비였다”고 입을 모았다. 한 감사관은 “정치인 출신인 은 전 위원은 정치권에 신경을 쓰느라 감사 업무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부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도 나왔다.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의 ‘BBK 사건’을 변호한 은 전 위원의 선임 당시부터 정치적 공방이 벌어진 데다, 은 전 위원이 주심을 맡은 4대 강 감사의 발표 지연 논란이 벌어지면서 주심이 교체되는 등 구설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은 전 위원이 종종 감사관을 불러 감사 진행 상황 등을 묻고 의견을 낸 데 대한 감사원 내 반발 기류도 있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감사원 안팎에선 은 전 위원 외에 또 다른 감사원 관계자의 연루설이 나돌고 있어 분위기가 더욱 흉흉했다.

 감사원은 정치권에서 나오는 국정조사 요구도 걱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2008년 쌀 직불금 부정 수령 사태 당시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1963년 개원 이래 처음으로 국정조사를 받았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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