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필요 땐 국정조사” 김진표 “곧바로 실시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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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황우여(左), 김진표(右)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 출신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감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여야는 27일 국회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통해 전모가 밝혀지는 대로 필요 시에는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놀랍게도 감사원 현역 감사위원이 연루된 혐의가 나타났다고 해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루 전 한나라당 의원 35명이 6월 임시국회에서 저축은행 사태의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 데 이어 원내사령탑인 황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선 수사 후 국정조사’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주당은 즉각적인 국정조사 실시를 주장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국정조사 시기를) 검찰 수사 이후로 미루지만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 위해서도 국정조사가 빨리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국정조사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인상을 주는 건 은진수 전 위원 외에 이명박 정부의 다른 핵심 인사들도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가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수사의 칼 끝이 현 정권을 겨누는 것 아니냐”며 “검찰의 수사선상에 정치인이 3~4명 올라 있다는 소문도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은진수씨를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게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것으로 안다”면서 “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은 전 위원의 연루 의혹이 드러난 걸 계기로 이명박 정부에 대해 공세를 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대통령의 최측근이 감사위원으로 가는 것이 안 된다고 말렸다”며 “결과는 최악이고 이 대통령의 도덕적인 판단은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도덕적 무능상태로, 민심대란을 자초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정치인을 감사위원으로 임명하면서 인사원칙의 마지막 금도를 어겼다”며 “민주당은 태스크포스를 발족시켜 저축은행 사태를 야기한 감독체계 잘못과 비리의 실체를 파헤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속내도 편하지만은 않다. 한 당직자는 “현 정권으로 불똥이 튀기는 했지만 부산저축은행 수사는 기본적으로 호남 인사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 의원도 “수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국정조사를 하자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궁욱·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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