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권·대권 분리’ 다툼 연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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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왼쪽 셋째)이 27일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권(당 대표)·대권(당 대선후보) 겸직을 막아놓은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문제를 놓고 둘로 쪼개졌다.

친이명박계 구주류는 “대선 후보 경선 희망자의 당 대표직 사퇴 시한을 현행 ‘1년 6개월 전’에서 ‘6개월~1년’으로 줄이자”고 하고, 친박근혜계 중심의 신주류는 “현 규정을 유지하자”고 하고 있다. 이들은 26일 6시간, 27일 7시간에 걸친 ‘끝장 토론’ 끝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어떻게든 합의하려고 노력하되 30일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표결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표결로 가면 친이·친박 간 대립이 그대로 드러나 계파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질지 모른다.

 당권·대권 분리 문제는 ‘현 규정 유지’ 쪽으로 쉽게 결론 나는 듯 보였다. 19일 박근혜 전 대표가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분리 규정을 손대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당이 소속 의원·당원협의회위원장,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당권·대권 분리 유지’ 응답이 ‘분리 철회’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이계 비대위원들이 “결론을 내리는 것은 19명의 비대위원들”이라며 규정 개정을 적극 주장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비대위엔 친이계 의원 숫자가 친박계보다 많고, 김문수 경기지사 측근인 차명진 의원, 정몽준 전 대표 측근인 신영수 의원 등이 비대위에서 규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김 지사와 정 전 대표는 최근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표직 도전에 관심을 표명해 왔다.

 정 전 대표는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너무 약한 것을 걱정하는 상황인데 제왕적 총재 시절 만든 조항으로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를 향해선 “내년 총선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 했는데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으면 어떻게 적극적으로 참여할 건가. 박 전 대표는 서울의 어느 호텔에서 지시를 내리고 새 지도부는 (지시 내용을) 메모한 다음 기자실 와서 발표할 건가”라고 야유했다.

김 지사도 26일 “잠재적 대선 주자들을 빼고 ‘2부 리그’만으로 지도부를 만들자는 건데, ‘1부 리그’가 다 빠져도 내년 총선이 잘될 거라는 건 정치를 모르는 사람의 얘기”라 고 공격했었다.

글=백일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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