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 탁트인 공간감은 좋은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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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투란도트 역을 맡은 카터 스코트.[연합]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오페라를 공연하기엔 무대의 규격이 너무 크다. 실감나는 무대 세트와 대규모 출연진을 동원해 무대를 꽉 채우려면 제작비도 더 들게 마련이다. 동선이 길어 연기자가 드나들 때 뛰어다니다시피 해야 한다.

2003년 5월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던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를 실내로 옮겨온 것인가.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이 오른 '투란도트'는 국내 최장기 상연(28일까지 15회)에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무대 세트, 대규모 출연진을 동원해 화제를 낳기에 충분했다. 한강 오페라단, 서울 오페라단, 글로리아 오페라단 등 국내 민간 오페라단 3개 단체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특기할 만하다. 길어야 5~6회 공연으로 끝나고 마는 국내 오페라계 현실에서 15회 공연은 그 자체로 '작품'이다.

백스테이지까지 무대로 활용해 탁트인 공간감을 자아냈고 좌우에 늘어선 용 무늬의 대형 기둥 16개로 입체감과 원근감을 보탰다. 무대 양쪽 계단에 합창단(군중)을 배치하고 무용단을 적절히 활용해 꽉찬 무대를 연출했다.

하지만 용 무늬가 휘감은 대형 기둥은 서너 개라도 실감나게 만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백스테이지까지 연결된 계단을 비추는 조명 기구가 객석에까지 그대로 노출된 것은 옥에 티였다.

류의 자결 장면이 주는 극적인 감동은 무대를 온통 환하게 비추는 조명, 황금빛 일색인 무대 세트와 의상에 짓눌려 효과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무대의 한계를 대규모 출연진과 무대 세트로 극복하려고 한 결과 실내 오페라 특유의 섬세함과 친근감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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