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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도전에 함께해 온 아웃도어 의류 자연에서 지혜 얻고 인간의 기술로 진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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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부터 시작된 아웃도어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웃도어는 프로 스포츠맨들이 입던 스포츠웨어와는 전혀 다르게 발전해 왔다. 스포츠 웨어가 선수들이 운동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면 아웃도어는 불확실한 자연환경에서 인간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을 하나씩 갖추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 방수·투습·보온 기능을 하나씩 더해 온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아웃도어들이 고어텍스·쿨맥스·구스다운 등이다. 자연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인간의 활동 영역을 넓혀주기 위한 아웃도어들이다. 이러한 아웃도어들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화학과 조류학·생태학 같은 학문도 동원됐다. 고어텍스와 쿨맥스는 화학의 도움을 받았고 거위 가슴의 깃털로 만든 구스다운은 생태학적으로 접근한 제품들이다.

이기원 기자

외부 습기는 막고 땀은 배출하는 ‘고어텍스’

등산화, 러닝화, 방한 재킷 등 아웃도어 소재의 대명사로 통하는 고어텍스는 애초 우주복 재료로 개발됐다. 미국의 W L 고어가 개발한 고어텍스의 핵심 기술은 고열이나 약품에 강한 테플론계 수지에 물방울보다 5000배 이상 작고 수증기 분자보다 700배가 큰 미세구멍을 무수히 뚫은 ‘멤브레인’이다. 몸에서 나오는 땀은 수증기 형태로 외부에 배출하고 외부의 눈·비는 차단하는 방수효과를 겸비하게 된 비결이다.

고어텍스는 극한 환경에서 인간 활동의 영역을 확장시킨 공로로 2007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스가 발표한 세상을 바꾼 101가지 발명품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땀 걱정을 없앤 ‘쿨맥스’

여름철 옷을 입었는데도 땀이 금방 마르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소재다. 특히 여름 레저·스포츠 의류 원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폴리에스테르 섬유에 독특한 4채널 구조를 갖도록 해 일반 섬유보다 20% 이상 표면적이 넓은 게 비결이다. 넓은 표면적으로 인해 피부의 땀을 다른 섬유보다 더 빨리 흡수하고 재빨리 외부로 습기를 방출하는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합성유 및 폴리머 제조업체인 인비스타에서 개발한 섬유다. 인비스타는 뛰어난 신축성으로 인해 고급 수영복 소재에서 청바지·셔츠 소재로 용도를 넓혀가고 있는 ‘라이크라’라는 원단을 개발한 업체다.

여름 패션을 바꾼 ‘콜드블랙’

햇빛이 강한 여름에는 검은색을 비롯한 어두운 색의 옷은 기피 대상 1호다. 어두운 색은 햇빛 흡수력이 강해 다른 색상보다 쉽게 뜨거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드블랙 직물로 만든 옷은 어떤 색깔이라도 한여름에 시원하다. 콜드블랙은 여름 패션의 색상 선택 제한을 극복할 수 있게 했다. 콜드블랙(차가운 검은색)이란 말 그대로 검은색 옷조차 차가운 느낌이 날 정도로 햇빛 차단 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스위스 쉘러사가 개발한 콜드블랙은 후가공 기술로 원단 자체가 자외선 차단, 태양광선 반사 기능을 갖고 있다. 쉘러사 관계자는 “옷이 자외선 차단지수 30 이상의 화장품을 바른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보온소재 ‘다운’

거위의 깃털. 그중에서도 가슴에서 배에 걸친 두꺼운 층을 이루고 있는 부분의 털을 가리킨다. 가볍고 보온력이 높아서 다운 재킷 등 방한용 의류의 단열 소재로 사용된다.

구스(goose)는 거위이고, 새의 솜털을 일컫는 다운(down)은 노르웨이 고어(古語)로 솜을 일컫는 둔(dunn)에서 파생된 말이다. 구스다운은 북유럽에 사는 아이더(eider)라는 오리는 알을 낳으면 자신의 솜털(down)을 뽑아 둥지를 만들어 따뜻하게 품는 습성을 갖고 있다. 아이더 오리가 남기고 간 털을 채취해 처음으로 의류에 적용한 것이다. 그 당시 채취할 수 있는 털의 양이 20g 정도에 불과해 귀족들이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고가였다.

다운은 물새의 겉털인 깃털 밑에 자라는 솜털을 말한다. 길쭉한 페더(feather·깃털)에 비해 공처럼 둥글둥글하게 생겼다고 해서 다운볼이라고 한다. 다운은 닭이나 비둘기 같은 뭍에 사는 새가 아닌 물가에 사는 새에게만 있다. 물새의 뭄체를 싸고 있는 전체 털의 10% 미만의 분량에 불과하다. 다운은 현재까지 중량 대비 가장 따뜻한 보온재이며 장시간 사용해도 탄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웃도어 브랜드 구스다운 제품의 경우 손목 부위에 필파워(Fill Power)가 표시돼 있다.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솜털의 숫자가 많이 함유된 제품이다. 필 파워는 한마디로 말하면 다운 복원력(충전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필파워는 다운 1온스(약 28g)가 차지하는 부피를 나타낸 수치다. 실린더에 우모(거위·오리)를 1온스 넣어 24시간 압축한 후 압축을 풀었을 때 밀려 올라온 부피를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필파워 600 이상은 고급, 800 이상은 최고급 다운으로 분류한다. 필파워 800이라 함은 1온스의 솜이나 다운이 800입방인치(13.1L)까지 부풀어오를 수 있음을 나타내는 복원력이다. 필파워 수치가 높을수록 일정한 질량의 다운이 차지하는 부피가 커지므로 공기를 함유하는 층이 두터워 보온력이 커진다. 따라서 가벼운 옷이나 침낭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을 개발해 온 유럽·미국 아웃도어 업체들이 현재 세계 아웃도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럽·미국 아웃도어들은 앞으로 200년을 내다보는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하지만 세계 아웃도어 시장의 비주류인 국내 브랜드들은 이러한 기술개발 분야에서는 뒷전이다. 해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술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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