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뛰쳐나오니 月수익이 2천만원!-(주)셀피아 윤용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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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 삼성SDS에서 근무했다. 10년간 일한 ‘잘 나가는 회사’를 그만둔 건 의사결정이 느린 대기업의 구조적 한계를 절감해서였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을 때 한 발이라도 앞서 나아가려는 생각에 독립, 창업 석 달 만에 한 달 2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성공한 벤처 기업가로 자리잡았다.

인터넷 경매 시장에 ‘네트워크 경매’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주)셀피아의 윤용(尹庸·36)사장. 지난해 10월 자본금 10억원으로 창업한 지 석 달이 못 돼 한 달에 2천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셀피아가 운영하고 있는 네트워크 경매는 회원이 한 사이트에 경매 물건을 올리면 이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다른 사이트에서도 동시에 경매가 진행되는 ‘허브 포털’ 방식. 그러다 보니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경매 상품의 거래 성사율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1백50만명의 네티즌이 동시에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경매의 장을 운영할 수도 있다. 사이트 방문자가 원할 경우는 네트워크 공유 방식으로 하지 않고, 한 사이트에서만 독자적으로 경매도 가능하다. 윤사장은 “요즘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1만2천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루 성사되는 경매는 2천여건 정도다. 아직 국내 최대 경매 사이트인 ‘옥션’의 1만건에 비하면 적지만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네트워크 경매 아이디어는 미국의 ‘페어마켓(Fairmarket.Com)’이라는 솔루션 개발 업체로부터 얻었다. 페어마켓은 동시에 여러 군데서 경매를 벌일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데, 이를 국내 독자 기술로 좀더 발전적 형태로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

사업성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최근 한국소프트창업자문(주)이 선정한 첫 유망 벤처기업에 뽑히기도 했다. 현재 라이코스, 유니텔 웨피와 유니플라자, 나우누리, 인터넷 버디, 숍 바인더, 드림엑스 등 7개 사이트와 경매 네트워크 계약이 체결돼 있다.

셀피아는 이들에게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개설해 주고 운영 서버를 직접 관리하는 것은 물론 경매 낙찰 과정에서 필수적인 거래 당사자간 신용 보장과 입출금 모니터링 및 배송 문제까지 전반적인 운영 대행도 해 준다. 현재는 각 사이트에서 성사되는 경매 수익을 사이트 운영사와 5대 5의 비율로 나누고 있다.

“서버의 용량과 처리 능력만 높이면 허브에 연결된 사이트는 얼마든지 늘려 규모를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고 윤사장은 밝힌다. 허브 사이트에 더 많은 사이트들이 참여할수록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오는 4월부터는 또다른 야심찬 프로젝트를 내놓을 예정. 개인이 셀피아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개인 홈페이지에서 경매를 운영할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는다는 야심찬 복안이다. 윤사장은 이 솔루션에 대해 “개인이 만든 홈페이지에 경매 물건을 올려도 셀피아와 계약이 체결된 모든 사이트에서 동시에 경매가 된다”고 설명한다. 개인과 개인뿐만 아니라 개인과 기업, 기업과 단체를 모두 연결해 경매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상이다. 현재 70% 정도 개발이 진척된 상태다.

윤사장은 “기존의 무료 홈페이지 개설·게시판 기능에 경매 기능까지 추가되는 이 솔루션을 두루넷·하이텔·드림라인 등 인터넷회사들에 판매하는 계약이 성사된다면 내년에는 솔루션 판매로 얻는 매출액만 30억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때쯤이면 국내 인터넷 인구의 절반 가량이 셀피아 네트워크 경매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여 솔루션 판매로 내는 이익뿐 아니라 다양한 회원들의 정보로 ‘데이터 마이닝(고객의 정보를 분류해 이들의 구매 욕구에 맞춰 전자상거래에 데이터로 이용하는 작업)’도 가능해진다는 것이 윤사장의 복안. 네트워크 경매 노하우를 바탕으로 별도 법인을 설립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작업도 준비중이다. 내년쯤에는 코스닥과 나스닥에도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윤사장은 연세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89년 삼성SDS에 입사해 유니텔의 전자상거래 개발 업무를 맡아 오다 지난해 퇴직했다. 10년 동안 근무했던 ‘잘 나가는 회사’를 그만둘 땐 “사내 벤처로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한발이라도 빠른 스피드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독립했다. 의사 결정이 느린 대기업 구조로는 기선을 제압하는 발빠른 아이템 제공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SDS에서 함께 전자상거래 개발을 하며 2년여간 호흡을 맞춰온 30대 임원진들과의 팀워크도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힘이다.

“대부분의 인터넷 회사들이 서비스와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데 비해 독자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는 윤사장. 그와 셀피아의 젊은 일꾼들이 얼마나 가파른 상승무드를 지속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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