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살 안빠지는 건 기초대사량에 달려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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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비만이 강력한 차별적 요소를 내포하는 사회적 환경이 되고 건강에 미치는 나쁜 영향들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비만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회이슈로서의 무게감을 점점 더 더해가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살을 빼려고 해도 안 빠지는 사람들과 빠진 살이 언젠가는 기어코 다시 찌고 마는 사람들에게는 낮아진 기초대사량이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호흡을 분석하여 정밀하게 기초대사량을 측정해보면, 위의 두 부류사람들은 한결같이 기초대사량이 낮다. 첫 번째 부류는 기초대사량이 낮기 때문에 살이 잘 빠지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 부류는 살을 빼면서 기초대사량을 낮추었기 때문에 금방 다시 살이 찌고 만다.

기초대사량이 낮아지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비만인 사람들의 식습관을 보면 기초대사량을 줄이는 요소들이 많다. 기초대사량은 우리 몸의 항상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 몸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바로 항상성이다. 한 번 만들어진 항상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내 몸 관성의 법칙’이라고 명명한다. 비만인 사람 중에 나쁜 식습관을 가진 사람은 대개 기초대사량이 낮아 몸이 이를테면 동물의 동면 상태와 비슷한 상황을 고수한다.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는 최악의 식사법은 한마디로 불규칙한 식사 습관이다. 식사 거르기, 들쭉날쭉 식사량, 대중없는 식사 시간, 일정치 않고 길고 짧은 것을 반복하는 식사 시간 등은 모두 기초대사량을 낮춘다.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음식을 기다리며 일종의 동면 상태에 빠진다. 겨울철 동면에 들어가기 전 곰이 몸에 지방을 가득 채우는 것과 같은 원리다. 축적 모드로 바뀐 몸은 들어온 칼로리를 적절하게 분해하고 대사하기보다는 몸속에 지방으로 쌓으려는 경향성이 높아진다.

또한 식사량이 들쭉날쭉하면 우리 몸의 칼로리 사용 기준점이 제일 양이 적었던 식사에 맞춰진다. 따라서 음식물이 많이 들어와도, 들어온 칼로리를 낮은 사용 기준점에 맞추어 아끼는 것이다. 따라서 기준점에 근거해 남아도는 음식물은 더 많이 더 쉽게 지방으로 축적된다. 0-1-2가 1-1-1보다 3배 더 위험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기준점이 0이므로 우리 몸이 점심과 저녁의 1과 2 식사를 모두 지방으로 쌓아두려고 하는 것이다. 평소보다 짧은 시간 안에 음식을 먹는 것도 우리 몸의 포만중추를 교란시켜 렙틴의 건전성을 악화시킨다. 즉 늑장 부리던 렙틴이 활동할 이유가 없어져 결국 과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 꼭꼭 씹어 먹어야 식사량도 줄고 대사활동이 촉진된다.

이러한 습관들로 비만해진 몸은 어지간한 변화를 시도해도 꿈쩍하지 않는 비효율적인 상태가 돼버린다. 들어온 음식을 지방으로 쌓아만 두고 에너지로 쓰지 않으니 많이 먹어도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몸속에 지방이 남아돌아도 허기가 지고 기운이 없는 까닭이 여기 있다.

이런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려면 식사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알맹이 식사가 그것이다. 전에 먹던 빈껍데기 음식을 속이 꽉 찬 알맹이 식품으로 바꿔 식탁을 채워야 한다. 그리고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더불어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식재료와 음식을 골라 밥상에 올려야 한다.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음식으로는 채소와 같은 질긴 섬유질 음식이나 고추, 양파 같은 맵거나 쓴맛의 음식들이 있다. 섬유질 음식은 섭취 과정에서 꼭꼭 씹기를 유도하므로, 그 자체로 좋은 열량 소모 음식이다. 특히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은 체지방을 태우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식사법

하나, 세 끼 식사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양으로, 거르지 않고 먹도록 노력하라. 식사를 거르거나 양이 일정치 않으면 우리 몸은 생존본능에 따라 축적경향을 강화시키고 기초대사량을 낮추는 방향으로 몸을 변화시킨다. 즉 안먹으면 다음에도 안 먹을 것을 대비하여 몸은 축적 효율을 높인다.
둘, 알맹이 음식을 먹어라. 알맹이 음식은 영양 면에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6:2:2로 균형을 이루고, 하루 30g 이상의 섬유질과 1g 이상의 칼슘, 그리고 필수 비타민과 미량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이다. 더불어 소금의 양은 5g 이하여야 한다. 또 가급적 푸드마일리지(Food Mileage, ‘로컬 푸드’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하면 ‘고향 식재료 먹기 지수’다)가 크지 않는 토종음식이면 더 좋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것이 우리 한식이다.
한식은 세계적인 균형식의 반열에 들어 있다. 하지만 한식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장이나 절임 음식이 많아 자칫 소금 섭취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금 간만 적정한 선에서 유지한다면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굳이 메뉴를 개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셋, 섬유질을 먼저, 그리고 충분히 섭취하라. 섬유질은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이자 꼭꼭 씹기의 선생님이다. 부피를 많이 차지해 먼저 먹으면 포만감을 채우는 데도 훨씬 유리하다.
넷,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셔라. 적당한 수분함유는 기초대사량의 상향조정을 균형있게 유지한다.
다섯, 꼭꼭 씹어 먹어라. 씹기 행위는 그 자체로 기초대사량을 올려준다.
여섯, 식사 시간에 다소 매운 고추나 한두 개씩을 날로 먹어라. 한국인의 비만가도를 잡아주는 착하디착한 채소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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