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덜 짜게 먹기, 국가의 노력도 필요한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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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미국의학협회지(JAMA) 5월 4일자에 실린 논문 한 편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벨기에 뢰벤대 의대 잔 스태슨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의 요지는 “소금을 적게 섭취하는 저염 다이어트가 심장마비·뇌졸중 사망 위험을 높이고 고혈압을 예방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더 자세히 소개하면 이렇다. 연구팀은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이 없는 중년 유럽인 3681명을 7.9년간 추적 조사했다. 이 기간에 심장병으로 84명이 숨졌다. 소금을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하루 약 6.3g)에서 50명, 중간 섭취자 그룹(9.8g)에서 24명,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15g)에서 10명이 사망했다고 논문은 전한다. 또 하루 소금 섭취를 6.3g 줄일 때마다 혈압이 1. 71㎜씩 증가하는 데 그쳤고 이는 고혈압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가 3일 문제의 논문을 기사화했다. 기사에서 미국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 프랭크 삭스 교수는 “허점이 많고 대중에게 알릴 만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논문을 ‘쇼크’로 받아들이기엔 약점이 많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의견이고 기자도 이에 동의한다. 20년 이상 수많은 역학조사를 통해 소금(나트륨)의 과다 섭취가 고혈압·심장병·뇌졸중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엎으려면 잘 디자인된 연구 등 부인하기 힘든 근거가 제시돼야 하는데 이에 미흡하다고 봐서다.

 지난 1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식품안전의 날 기념 학술심포지엄’(주제 나트륨 저감화와 국민건강)에서도 JAMA에 실린 논문이 소금 섭취를 줄이려는 정부·학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쏟아졌다. ‘염분에 대해 민감성이 있는(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에 걸리기 쉬운) 사람은 전체 인구의 3분이 1 정도’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막연히 “나는 (염분 민감성이 낮아서) 괜찮을 거야”라고 스스로 판단해 짜게 먹는 평소의 식습관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동국대 일산병원 이무용 교수는 염분 민감성과 관련해 일반인이 기억해둘 만한 사실 몇 가지를 소개했다. 염분 민감성은 개인의 고유 특성이 아니라 연령·환경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젊을 때 염분 민감성이 없던 사람이라도 나이 들거나 특정 질환에 걸리면 민감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JAMA의 논문처럼 ‘발목 잡는 일’이 없더라도 소금(나트륨)의 섭취를 줄이는 작업은 지난하다. 미국도 지난 40여 년간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요즘 미국인은 하루 평균 8.5g(1.5 찻숟갈)의 소금을 섭취한다. 이는 미국인의 식사 지침에서 정한 하루 소금 섭취 제한량인 5.8g(1 찻숟갈)을 초과하는 양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2008년 14명으로 구성된 나트륨 저감화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은 염분 민감성이 있는 사람이나 고령자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봐서다(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성권 교수).

  위원회가 제시한 권장안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FDA(미국 식품의약국)는 식품에 든 소금 함량을 단계적으로 줄이기 위해 가공식품에 첨가되는 소금량에 대한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물질) 등급을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는 소금이 GRAS 등급으로 분류돼 식품업계나 외식업체가 제한 없이 첨가하고 있다.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해 비만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였듯이 소금의 GRAS 등급 조정이 비슷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도 고려해볼 만 이벤트라고 여겨진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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